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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통신사인 KT가 협력사와의 관계개선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주된 골자는 그동안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주력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반성장하는 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앞서 작년 6월 29일부터 KT는 상생협력에 대한 방안으로 최저가 입찰 폐해 방지, 유지보수비 지급 확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자립기반 강화, 현금 결제 및 금융 지원 확대 등 구매제도 혁신 등을 강화해 왔습니다.
 
이에 대한 결과를 체크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KT가 구매전략실을 통해 지난 5월에 조사발표한 결과로는 114개에 이르는 KT 협력사의 구매 혁신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탄력을 받았는지 KT가 중소기업과의 진정한 동반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을 챙기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대기업과의 협력 관계에서 오는 태생적 불안 요소 중 세 가지 만큼은 철저히 없애겠다고 하는 '3不 정책'을 선언하게 된 것이죠.


3不 정책이란?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겠다.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겠다.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


언뜻 이성계의 4불가론이 생각납니다. 가깝게는 KT가 KTF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을 때 SKT에서 제기하였던 4불가론도 연상이 되고요. 물론, 이성계나 SKT의 4불가론과 오늘 언급하고 있는 3불정책과는 무관해 보입니다만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말은 "지금까지는 있어왔거나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뜻으로 들리는 것이니 이로 인해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은 많은 고통을 당해왔거나 그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협력관계를 회피해 왔다는 거겠지요.

3不 정책의 세부내용



1.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게 하겠다.

과거에 협력사가 KT의 구매 수요를 예측할 수 없어 생산·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거나, 제품 개발을 완료했음에도 상용화가 되지 않아 자원 낭비를 초래했던 일이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 KT에서는 수요 예보제를 신설하고 개발 협력 제도를 개선해 개발 협력 기회를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수요 예보제라는 것은 시장 및 기술 트렌드와 단기·중기 사업 전망에 따른 구매 수요를 미리 공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협력사에서는 납품하려는 제품의 생산이나 재고관리에 상당히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겠지요. 또 매출규모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자금관리까지 손쉽게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개발 협력 제도 개선의 주요 사항은 KT의 개발 계획을 사전에 공개하고, 개발 협력시에는 KT에 신고토록 하여 지속 관리하되 사업화되지 않을 경우에도 자원 투입에 대한 적정 수준을 보상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렇게 된다면 협력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생산 및 재고 관리가 탄력적으로 이뤄지는 등 개발 단계에서의 자원 낭비 문제도 해소될 수 있겠지만 적정 수준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로 적정한 수준이 되어야만 실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겠다.

KT에서 고려하고 있는 내용은 협력사의 개발 아이디어 제안 사항이 불명확한 사유로 채택되지 않거나 검토 기간이 길어졌을 때 경쟁 기업 등에 아이디어를 뺏길까 우려하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관련해 KT는 앞으로 상호 협력 관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비밀유지계약(NDA, Non-Disclosure Agreement)을 맺어 제안 사항이 타 업체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KT 내부에서 NDA를 위반해 아이디어 제안 사항이 유출될 경우 관련자를 엄중 처벌할 방침도 세웠습니다.

허나 먼곳으로부터의 위기감 뿐만 아니라 가까운 곳으로부터의 배신감에도 KT에서는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내용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협력사로부터 취득하려는 노력도 지금보다 훨씬 적절하고 강도있게 보여줘야 할 것이고요. 경쟁사를 포함한 외부로의 유출에 많은 주의를 갖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또 그에 걸맞게 내부적으로의 유용이나 갈등에도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KT 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나 사업모델 등 사업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할 경우 적절한 보상이 지원되는 아이디어 보상 구매 제도도 역시 협력사의 자발적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보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3.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전후방에 진출해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뜻입니다. 과거 한정된 사업영역 안에서 대기업 중소기업간에 제로섬(Zero Sum)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오픈 에코시스템(Open Ecosystem)을 기반으로 중소기업과 상호영역을 키워가는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을 창출하겠다는 방침이기도 하지요.

뭔가 대단해 보이고 어려워 보이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 것 같습니다만 한마디로 경쟁보다는 상호 협력에 의한 가치창출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당연한 생각이고 방침일 텐데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갑"의 위치에 오랫동안 군림해 대다수의 대기업들이 쉽게 그 조직이 습득해 온 생체리듬을 바꾸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지요. 어지간한 협력업체 부서장이나 대표들 조차 "갑"의 대리급이나 잘해봐야 과장급 선에서 소통이 막히는 구조에서 어느 정도까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런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제도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꼭 KT뿐만 아니라 "갑"의 지위를 오랫동안 누려온 기업들 대부분에 있어서 제도의 시행에 걸맞는 조직구성원의 사고방식을 뜯어고치는 교육이 필요할 거란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7월 10일 KT의 '구글 넥서스원 런칭파티' 모습


생각은 기대를 갖게 하고, 희망을 잉태하게 되겠지요. 모쪼록 이번에 호기롭게 상생관계에서 동반성장으로 한 걸음 더 내딛겠다고 호언장담하는 KT의 사례가 효율성을 검증받을 수 있음으로써 전 산업부문으로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7월 10일 KT의 '구글 넥서스원 런칭파티' 모습


또한 최종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비전과 서비스 창출에도 낮은 자세와 함께 보다 친근하게 다가오기를 강하게 요청해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