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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건 비록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더라도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불쾌한 냄새나 느낌을 지속적으로 담아두고 있다는 것일 겝니다. 그리고 쉬이 떨쳐버릴 수 없는 그것들은 꽤나 오랫동안 머릿속이나 가슴 한 켠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자꾸만 불평과 불만을 야기시키기도 하지요.

정부가 8월 1일부터 교육용 전기요금에 대하여 5.9%를 인상하였고, 현재 각 교육기관에서는 이와 같은 법안을 행정적으로 적용시킬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여타의 공공요금 인상안과 함께 생각한다면, 그리고 순차적으로 적용시켜 나가는 공공요금 중 하나로서 우선적으로 적용되었다는 것으로 이해하려 든다면, 그러려니 하는 생각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겁니다. 게다가
현행 전기료가 전력생산원가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전기 소비를 감소시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측면까지 감안한다면 정부의 전기료 인상에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허나 여기에는 다소 께림칙한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교육용 전기요금 인상률이 전기료 평균 인상률 3.5%보다 훨씬 높다는 것과 함께 학교 공공요금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전기료라는 걸 대입시켜 보자면 뭔가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사안에 대해 불탄이 살고 있는 청주가 속해있는 충북교청에서도 지난 8월 3일, "정책적 고려가 부족한 결정"이라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재고해 달라."는 주장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날 충북교총의 성명서에는
"요즘 초·중·고교는 방학중에도 학교를 개방하고 인문계 고교 등에서는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고 있어 전기 수요가 많아 공공요금에서 전기요금으로 지출되는 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방학중 학교 개방과 야간자율학습으로 발생하는 교육용 전기료는 가정에서 부담해야할 부분까지 학교에서 부담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학교는 전기료 인상에 따라 한정된 학교 운영비에서 고정비용 금액이 상승하게 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곧 교육에 필요한 교육경비 등 일반 수용비 예산 축소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는데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비쳐지더랍니다.

그러니 또 한편으로 들게 되는 생각이라는 것이 다소 생뚱맞아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교육용 전기요금의 과도한 인상과 초·중·고교의 무상급식과 어떤 연관성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더군요. 충북교총에서도 지적했던 바와 같이 무상급식 전면 또는 확대 실시에 교육예산이 더 많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와 내년도 학교 살림살이 예산에 대한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하는 학교당국으로서는 교육용 전기요금의 인상분 만큼 무상급식 추진에 어려움을 가지게 될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한국교총에서 표명하고 있는 것처럼 교육용 전기 판매량을 60MWh로 보고 ㎾h 당 공급원가를 기준으로 5~6원만 인상해도 전국 학교가 추가 부담해야 할 전기료는 300억~400억원에 이르게 될 터이니 전기료 인상으로 안게될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신빙성이 높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전기요금 부담으로 인해 교육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예산을 확보해 주고, 교육여건 개선 및 교육력 향상을 위한 교육용 전기요금에 대한 인하 정책, 절전 설비·전기 절약 매뉴얼을 비롯한 에너지 절약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테고요.

만약 정부가 그러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학교의 입장에서는 한정된 학교운영비에서 교육용 전기요금이라는 고정비용 금액이 인상분 만큼 상승하게 될 것은 당연한 것이겠고, 이에 대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다른 곳에 집행되고 있는 교육경비 중 어떤 것을 줄이거나 없앨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를 들면 냉·난방비를 줄이거나 교육에 필요한 컴퓨터 등과 같은 각종 기자재 사용을 제한하게 될 테지요.

그런데 왜 교육용 전기요금의 인상분이 5.9%나 되어야 할까요?

앞에서도 먼저 언급했듯이 전기료 평균 인상률은 3.5%인데 말입니다. 그것도 여타의 부문에서보다 전기요금이 차지하고 있는 공공요금 부담율이 훨씬 높아 거의 절반 이상이나 차지하고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말입니다. 혹여라도 불탄이 갖고 있는 의구심과 같이 무상급식의 전면 또는 확대실시와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 정말 답답한 정책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교육기관의 경제부담을 다른 산업부문이 나누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것 같아 보이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을 지켜봐야 하는 불탄의 마음은 심히 불편하기만 합니다. 스스로도 그에 대해 속 시원한 결론을 내릴 수 없기에 지금 이렇게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 불탄의 짧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