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올해 초, 국내 수입차 시장에 일본 자동차 브랜드로는 도요타, 혼다, 닛산, 미쓰비시에 이어 스바루까지 진출하게 되었지만 막상 4월 부산모터쇼에 참가하면서부터 판매를 시작한 이후 스바루가 거둬들인 영업성적표는 참으로 초라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겠더랍니다. 겨우 어찌어찌해서 6월에는 44대, 7월에는 31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으니 말이죠. 그나마 7월 말까지 스바루가 판매한 차량의 총 대수는 겨우 144대 뿐이니......

수입차에 대한 소유욕이 대체적으로 강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이처럼 스바루의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듯한 가격정책에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게다가 서비스센터 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니 판매에 탄력이 붙기는 커녕 불안한 소비자 심리를 더욱 자극하게 되는 결과를 낼 수밖에 없었겠지요.

사실 스바루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내놓은 가격정책은 혼다를 모델로 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스바루 측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유럽에서의 유명세가 국내에서도 충분히 먹혀들 것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겠지만 말이죠.

허나 스바루라는 브랜드를 국내 소비자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또 일부에서는 "게이들이 좋아하는 차량"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이었지요.


게다가 혼다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비싼 차"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브랜드 인지도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의 스바루는 혼다보다 비싼 가격정책으로 나갔습니다.

레거시 2,500cc가 3,690만 원입니다. 3,600cc는 4,190만 원이고요. 다소 비싸다고 생각되는 혼다는 거의 동급에 해당하는 어코드를 2,400cc는 3,590만 원에, 그리고 3,500cc는 4,090만 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각각 100cc씩 차이가 나는 배기량 만큼 100만 원씩 더 받아내겠다는 계산법을 쓴 것일 테지만요. 게다가 현재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도요타 캠리의 판매가격이 스바루 레거시 2,500cc보다 200만원이나 싸다는 것은 일단 브랜드 경쟁력을 떠나 가격 경쟁력에서도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게다가 서비스센터 역시 앞에서 먼저 언급했듯이 숫자면에서도 부족하려니와 제대로 된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서울 전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식 서비스센터가 달랑 한곳이 있는데 이 역시 3급 정비업체로서 소모품을 교환하거나 간단한 정비만 가능할 뿐이라고 하니 스바루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결단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 같아 보이네요.

그런 스바루가 시승회를 통한 공격적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바루의 주력 차종인
레거시와 아웃백, 그리고 포레스터를 오는 9월 11일과 12일 이틀동안 경기도 이천의 지산 포레스터 리조트에서 시승회를 실시함으로써 주행 성능과 핵심 기술을 소비자들로 하여금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거지요.


스바루의 마케팅은 방향성에 있어서 조금 어긋나 보입니다. 여지껏 불탄이 손가락 아프게 자판을 두들겨 상황을 먼저 설명했던 이유는 이러한 마케팅 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①국내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가격정책으로 프로모션을 다시 전개해야 한다는 것과 ②앞으로 슬슬 불거지기 시작할 A/S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어 해외 소비자에게 퍼주는 마케팅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현대차를 소유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는 A/S에 대한 편의성 때문일 겁니다. 스바루가 아무리 우수한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지난 6월 말 국내에서 판매된 레거시와 아웃백 차량 31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시행한 바 있으니 앞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없지는 않을 겁니다.

판매에 적극적인 마케팅이 무엇보다 필요한 스바루의 입장이겠지만 그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불안감이나 악감정을 안기지 않도록 합리적인 가격정책과 충분한 서비스센터의 확충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진행해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스바루 측에게는 훨씬 더 효율적인 마케팅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