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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일컬어 흔히 "百年之大計"라고 합니다. 같은 뜻으로 중국 제나라의 정승이었던 관중은 "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百年之計 莫如樹人"라며 사람을 심고 가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일인가를 피력했습니다.

몇년 전, 불탄은 수도권에 있는 한 신도시에서 들리는 이상한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신도시에는 한 유치원이 있는데 불법 전입신고까지 자행해 가면서 그 유치원에 입원하려는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순번을 받기 위해 뒷돈 거래도 불사한다는 그 말을 듣고 의아해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유치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일명 엘리트 코스로 진학을 하게 되고, 명문대학교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아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더군요. 그러니 초등학교 특별활동에 필요한 몇백만 원짜리 골프체 세트를 구입하는 모습도 그리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군요.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겨우 서너 살의 어린 나이에서부터 이미 경쟁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며, 시쳇말로 대학 입학 선물로 자동차 정도 해주지 못하는 가정의 자녀들로서는 이미 출발점 자체부터 뒤쳐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에서 억압받고 짓밟히는 계층이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며 목이 터져라 부르짖던 김수로의 대사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공감을 하게 되더군요. 그렇지만 그또한 학생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공부라는 것이 목숨 걸고 할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할 수 없기 때문에 태생이 공부 자체를 좋아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겉돌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서울의 한 유명사립대학교의 부속초등학교가 1인당 1,000만원을 받고 부정입학 시켜오다가 적발된 내용의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이 초등학교 관계자가 비자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입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에게 학교발전기금이라는 이름으로 한 학생당 천만원을 받아왔던 겁니다. 유명 사립학교나 특목고, 대학교에서의 입학과 관련된 부정입학은 가끔 들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던 터이지만 그래도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초등학교의 부정입학까지 뉴스를 통해 사실로 입증되었다고 하니 한켠으로 올라오는 욕지기를 참아내느라 목울대가 얼얼해집니다.

1990년대는 금융원 입사를 희망하는 구직자들의 기부금 입사가 있었습니다. 다소 역량이 부족한 인력이더라도 기부금을 내고 입사하였으니 급여에 대한 부담은 납입한 기부금의 이자로 얼추 맞출 수 있는 것이었으니 금융권에서는 현금보유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었겠지요. 이후, 대학교에서도 기부금 입학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느냐의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고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초등학교 입학에 정원외 입학을 목적으로 학교발전기금을 요구하는 행위는 문제점이 많아 보입니다. 게다가 
기부금의 운용에 있어서도 학교 직원 이름의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여 교사들의 명절 선물비나 회식비 등에 사용한다는 것은 기업에서 운용했던 기부금 입사제도나 대학교에서 운용하고 있는 기부금 입학제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전학 등의 사유로 결원이 생기는 경우에도 대기자 순번에 의한 입학이 아니라 학교발전기금을 납부하는 학생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백년지대계의 중요성을 설파해야 할 교육기관 스스로가 스스로의 존엄성을 내버린 채 돈벌이 도구임을 천명하는 부끄러운 행태인 것입니다.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보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병설유치원 교사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일반적으로 사립유치원 교사보다는 더 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한 초등학교에 입학하더라도 병설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어울렸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학교기관에 적응하는 것도 빠를 테고요. 허나 많은 학부모들이 병설유치원을 희망하는 이유에는 분명히 교육비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겁니다. 사립유치원의 교육비가 병설유치원의 그것보다 최소 3배~5배 정도 비싼 것이 사실이니까요. 2학기 중에 혹시나 있을 병설유치원의 결원을 기대하거나 내년도 병설유치원의 입원을 희망하면서 대기자 명단에 자녀의 이름을 올려놓은 이 시대의 많은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서울의 한 유명대학교의 부속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거금 1,000만원을 기부금으로 사용하는 일부 학부모들이나 그것을 강제하는 학교법인에 관한 뉴스가 그저 남의 이야기로만 들릴 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