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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아빠, 잠깐만요!"
"응? 왜...?"
"애기 트림 좀 시켜달라고요."
"알았어"

셋째가 태어난지도 어느새 한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집 아기들이나 태어난지 1개월 쯤 되면 제법 살도 오르고 이따금씩 귀여운 짓을 보여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아기도 마찬가지지요. 배냇짓은 기본이고, 가끔은 옹알이 비슷한 소리를 내어 아기를 보는 불탄의 가족들을 즐겁게 해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불탄은 매일같이 얼마간의 시간을 아기와의 인내력 싸움에 쏟아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2~3시간에 한번씩 찾아오는 '분유 먹이기'와 '트림 시키기' 입니다. 물론 젖병에 담긴 분유 100ml 먹이기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아기의 입에 젖꼭지를 물리기 전에 자세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기라도 할라치면 허리와 어깨에 전해오는 그 은근한 통증에 땀방울을 흘리게 되니...... 그래서 아기는 젊었을 때 낳아서 키워야 되나 봅니다.

생후 27일째의 예원이


그렇게 분유를 먹이고 나면 이젠 제대로 아기와의 인내력 싸움에 돌입하게 되지요. 시원스레 터지는 트림을 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트림을 시키지 않으면 분유를 먹다가 기분좋은 얼굴로 잠까지 들었다손 치더라도 얼마 가지 못해 젖물을 게우거나 불편한 속 때문인지 잠틋을 하게 되니까요. 그러니 두딸을 키우면서부터 터득해 온 것과 새로이 태어난 아기를 통해 얻어진 '시원한 트림 시키기 신공'을 아낌없이 발휘해 왔는데, 아내도 그러한 불탄의 놀라운(?) 기술에 언제부턴가 무한한 신뢰를 보내게 되었답니다. 그러니 오늘도 아내는 분유 100ml를 맛나게 먹으면서 반쯤 잠이 든 아기를 불탄에게 인계하는 거겠지요.

아내가 트림을 시킬 때면 아기는 아주 조그맣게 바람 빠지는 소리 비슷한 트림을 합니다. 그 소리는 누가 듣더라도 시원하다는 느낌을 갖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불탄에게만 안기면 우렁차고도 시원한 트림소리를 내면서 편안해 하는 겁니다. 왜 그런 건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적당히 튀어나온 배둘레 햄들을 이용해 아내보다는 높은 위치까지 안아들고서 아기의 등을 쓰다듬기도 하다가 톡톡 다독거리기도 하는 그 강약조절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그리고 가끔 자리에 다시 뉘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타임을 갖고 난 다음 다시 아기를 안아들고 등을 쓰다듬어 주게 되면 자연스럽게 트림소리를 듣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매번 그런 행운이 찾아드는 것은 아닙니다. 새벽 시간에는 그래도 아기가 분유를 찾는 시간이 낮 시간보다는 느슨하기 때문에 다행입니다만 그래도 반쯤 잠에 취한 채 젖병을 빠는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거나 트림을 시키기 위해서는 긴 인내력을 필요로 하더랍니다. 어떻게 분유를 먹이기까지는 성공하더라도 잠에 취한 아기에게 트림을 시키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시간을 문지르고 토닥거려야 하니까요.

생후 27일째의 예원이


순간, 너무나 갑작스럽게 "꺽!"하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옵니다.

"됐다! 예린엄마도 들었지? 트림하는 소리 분명히 들었지?"
"그게 우리 애기 트림소리였어요?"

다소 놀랍다는 얼굴로, 그리고 재밌고 신기하다는 얼굴로 아내가 물어옵니다. 거의 10분이나 아기에게 '트림 시키기 신공'을 전개하고 있던 불탄에게는 생사현관이 타동되는 듯한 희열의 소리가 온몸을 전율케 합니다. 잠시 부드럽게 토닥거리며 남아있을지 모를 잔트림까지 해소시킨 뒤 화장실로 향했지요. 세면대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며 거울을 쳐다보는 불탄의 눈밑에는 최근에 생긴 듯한 희미한 다크서클만이 훈장처럼 비쳐지고 있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