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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통가를 중심으로 거의 전 산업군에 이르기까지 확산되고 있는 이슈 중의 하나는 아무래도 이케아의 한국진출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 영세하게 운영하고 있는 국내 가구업계의 충격은 필설로 표현할 필요조차 없을 테지만 말입니다.

사실 이케아의 국내 진출소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산업군이 이렇게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번에는 진짜로 국내로의 진출이 확실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일 겁니다. 더군다나 직영점 위주의 매장영업을 통해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시키는 이케아의 마케팅 능력이라면, 그토록 쟁쟁한 브랜드 파워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시장에서 만큼은 실패를 거듭해왔던 그동안의 수많은 글로벌기업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지금부터 이케아의 특별하고 강력한 마케팅 도구를 젖먹이 아기에게 억지로(?) 접목시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소 무리한 대입이나 비교로 비춰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마케팅이라는 것을 일상생활을 통해 쉽게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니 만큼 하나의 재미거리로, 또는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심심풀이로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자에게 강요된 선택을 풀어주다

젖먹이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강요가 출산과 함께 시작되는데 분유선택권도 그에 해당될 수 있을 겁니다. 처음 탯줄을 끊고 태어난 아기들은 따로 마련되어 있는 신생아실에서 엄격하게 보호를 받게 됩니다. 일반 방문객들에게는 하루에 두 번 정도 유리창 너머로의 면회만 허용되지요. 모유 수유를 희망하는 산모의 경우에는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수유실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감격의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만, 모유가 돌지 않는 산모나 개인적이 이유로 분유를 먹여야 하는 산모의 경우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병원에서 준비해 놓은 분유를 먹이게 됩니다. 여기에서 특별한 경우라고 한다면 입소문이나 지인의 권유 등을 통해 산모가 신생아에게 먹일 분유를 미리 정하고, 개인적으로 구입을 해놓고 있다가 신생아실에 맡기는 겁니다.

허나 분유 수유를 하는 대부분의 산모들은 미처 그 부분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거나, 설령 알고 있다손 치더라도 "병원에서 어련히 알아서 해줄까?" 하는 믿음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3일~4일, 수술분만인 경우에는 일주일 후에 아기와 함께 퇴원을 하게 되는데 병원에서는 그러한 산모의 손에 그동안 먹여왔던 분유 한두 통을 산모수첩, 출산증명서 등과 함께 병원로고가 새겨진 기저귀가방에 담아 꼭 쥐어줍니다. 그러니 산모로서는 병원에서 받아온 분유가 떨어지기 전에 자연스럽게 그와 똑같은 분유를 구입하게 될 겁니다. 어쩌면 분유를 바꿈으로써 예견되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분유갈이를 시도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다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병원에서 가져온 최고급 분유가 부담되어 그보다 아래 단계에 있는 분유로 바꿔야 한다면......?

이케아의 탄생배경을 살펴보면 캄프라드라고 하는 스웨덴의 젊은 청년이 중심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신혼부부들이 품질은 좋지만 가격 경쟁을 하지 않는 탓에 가구 소매업자들이 높은 마진을 붙여서 파는 고가의 스웨덴 가구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신혼부부들에게 있어 결혼이라는 것은 아주 특별한 시작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가격 부담의 이유로 조잡한 가구를 들여 놓을 수는 없었을 터이니 어쩌면 고가의 가구를 선택하게끔 강요되었다고 할 수 있을 테지요. 이에 캄프라드는 대량구입·대량주문, 조립형 가구 설계, 전시장 영업, 소비자의 직접 조립, 박리다매의 원칙을 내세우며 원재료비와 운송비를 비롯한 제반 관리비용 등을 절감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저렴한 고품질의 가구를 공급하게 됩니다.


소비자 정책과 마케팅 컨셉이 일관되다

기업을 하는 목적은 영리추구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소비자로 하여금 자사제품, 서비스를 사용하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에서는 미끼상품(기획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유인효과를 극대화 하여 매장으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샘플 제작이나 체험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을 창출시키기도 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들은 그러한 마케팅 방안들을 수립하여 실행하여 왔고, 또 이에 대한 모방이나 발전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후발업체들이 진행해 왔습니다.

젖먹이에게 분유 수유를 할 때도 주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젖병꼭지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젖병꼭지를 따로따로 구입해서 물리거나 하면 대번에 그 어린 것이 내는 성질에 당황하게 될 겁니다. 평소에 빨던 젖꼭지보다 덜나오거나 많이 나오면 울어대거나 하다가 젖병을 밀어내 버리지요. 설령 분유가루와 물의 혼합비율을 잘 맞췄다고 하더라도 따뜻함의 정도에 따라 사정없이 뱉아내기도 하고요. 젖먹이가 젖병꼭지 상황이나 분유의 온도 때문에 성질을 부리는 것처럼 소비자들도 수시로 바뀌는 가격이나 품질에는 화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계절마다, 매장별로 판매하는 가격이 다르고, 구비해 놓은 제품의 종류가 다르다고 한다면......

허나 이케아의 경우에는 경쟁업체나 다른 산업군에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마케팅 노하우가 있습니다. 직영점 대비 가맹점(프랜차이즈 계약매장)이 10%밖에 되지 않는 매장 구성이니 만큼 35여개 국이 넘는 국가에 포진해 있는 매장에 적용되는 본사의 마케팅 컨셉과 정책은 일관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최대한의 재미와 휴식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자연럽게 판매로 연결시켜 나가고자 하는 이케아의 모습은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실제 영업과는 무관하게 운영하는 '이케아 월드'라고 하는 2층의 전시매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일관된 모습들을 견지해 나가기 때문에 이케아는 세계 최대의 가구회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조립식 가구의 대명사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멀티기능과 욕구의 중요성을 인식하다

젖먹이들이 우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경우에 따라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잠틋을 할 때는 일정한 높낮이로 길게 끄는 듯한 울음소리를 고개를 저어가며 내는 것 같고, 기저귀가 젖었을 때는 꼭 쥐어진 주먹을 흔들며 짜증나는 울음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또한 배가 고플 때 내는 울음소리는 듣고만 있어도 아기가 배가 고파서 우는 소리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겠더랍니다. 물론 꽤 많은 시간을 들여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만 알 수 있게 되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분유를 먹는 아기는 여러가지 행동을 한꺼번에 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젖병을 빨면서 대변을 보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웃음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분유를 먹으면서 순식간에 잠에 빠져드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고요. 아마도 입에 젖병꼭지가 물려 있을 때가 아기로서는 가장 마음이 편한 상태가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보는 대목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가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기업의 입장에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여러가지 마케팅 툴을 이용해 관찰을 해야 하고, 시장조사를 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유형별, 계층별 특이행동을 체크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쇼핑을 하는 소비자에게는 그에 걸맞는 편의를 제공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부가적인 만족감을 제공해야 하지요.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실내놀이터가 소비자의 쇼핑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거라 한다면, 이케아의 이케아월드나 이케아랜드는 실내놀이터의 개념에 판매통로를 덧붙여 놓은 거라 할 수 있으니 그만큼 차이를 느끼게 되나 봅니다.


어쨌든 "한국에서 통해야만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은 그동안 글로벌 보험사를 비롯한 글로벌 공룡유통, 글로벌 음료회사 등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관련 포스트 : 글로벌비즈니스 정석, "한국에서 통했어?"

이케아의 한국시장 상륙이 어떤 결과를 내게 될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열악한 경영환경과 마케팅 능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의 대응이 얼마만큼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적절한 대응방안 하나 제대로 마련해보지도 않은 채 애국심 마케팅에만 호소하다 사라지는 기업이 없기를 소망해 보는 오늘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