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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라는 것은 "그동안 없었던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보다는 "소비욕구를 가지고 있는 계층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스스로 지갑을 열게 하는" 통로를 만드는 편이 훨씬 더 이상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업으로서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낸다는 것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설령 알아냈다 하더라도 온전히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해낸다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시청자라는 이름으로 TV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고객, 또는 잠재고객으로서 그런 시청자들을 먼저 확보해야만 하고요. 그러니 기업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경쟁 속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기업의 마케팅기법 역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테고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업에서는 시청율이 높은 드라마에 맞춰 CF를 송출하거나 소품을 협찬하면서 입소문을 기대했던 게 전부였을 겁니다. 물론 2004년도에 방송되었던 "파리의 연인"에 등장한 GD자동차는 너무 아슬아슬했기에 가슴을 쓸어야 했던 기억도 납니다만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은 PPL의 경우에는 그나마 봐줄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말에 있었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영향으로 TV에 대한 간접광고가 허용되었고, 이에 따라 브랜드 자체에 대한 PPL도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드라마마케팅이란 영역 속에서 드라마의 기획단계(드라마 작가와 감독, 캐스팅된 연기자, 배경음악 뮤지션)에서 이미 광고를 포함한 전반적인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당연시 되었겠죠.

흔히 드라마에서 호평을 받는 연기자들은 "드라마를 찍는 동안 철저하게 극중 캐릭터로 살았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만큼 현실생활에서도 극중 캐릭터에 충실했다는 거죠. 마찬가지로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의 시청자들은 극중 주인공이 되어 화면 속 상황에 맞춰 울고 웃습니다. 그리고 그 공감대가 커져가면 갈수록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로 등극하기도 하고, 미니홈피·블로그와 같은 개인미디어에서는 "본방사수"라는 외침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하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의 "패러디"가 난무하기도 합니다. 물론, OST 음원에 열광하는 아우성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되지요. 그 몰입도가 강해지다 보면 스스로가 "폐인"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게 되고 말이죠. 이 글을 쓰고 있는 불탄도 한때는 "다모폐인"이었음을 깨끗이 인정합니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 중의 하나가 바로 "시크릿가든"이라죠? 극중 대사가 아주 많이 유행하고 있나 봅니다. 혹시나 직장에서 업무를 하다가 기획안이나 제안서를 결재받고자 할 때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는 상사의 은근한 압박을 받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작성했는데도 그런 말을 들으면 사기가 팍 꺾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시크릿가든"이 이렇게 인기가 있다 보니 OST 역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나 봅니다. 게다가 눈물나도록 애절한 느낌의 음색을 가진 백지영이 불렀으니 일부 "시크릿가든 폐인"들의 경우에는 듣고만 있어도 그냥 '주루룩~'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이 드라마를 마케팅하고 있는 어치브그룹디엔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좋은 수익소재를 그냥 넘길 리는 없었을 겁니다. 곧바로 어치브그룹디엔에서는 "시크릿가든 OST콘서트"를 기획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너무 욕심이 과했을까요?


지나치게 비싼 입장료를 책정해 놨기 때문에 팬들로부터 거센 불만을 사고 있다는군요. 그도 그럴 것이
R석 기준으로 9만 9,000원이나 받겠다고 했으니까요.

게다가 일부에서는 "드라마 진행상 필요한 콘서트 장면을 위해 보조출연"을 하는 건데 도리어 팬들로부터 자리값까지 받아내겠다는 행태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어치브그룹디엔에서는 "방송촬영용 공연이 아닌 3시간짜리 정상적인 콘서트"라는 거고요. 드라마 주인공과 함께 게스트로 참여하는 뮤지션이 백지영과 포맨 이 외에 누가 참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딱히 어떻다는 말이 지금으로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군요.

어치브그룹디엔은 "국가가 부른다", "나쁜남자"와 같은 드라마의 마케팅을 담당했던 자칭 드라마마케팅 전문기업입니다. OST에 대한 마케팅도 함께 하고 있으면서 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소품들을 상품화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고요. 이번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입고 나와 관심을 모은 트레이닝복을 론칭하였는데, 그 가격이 무려 120만 원이라고...... 쿨럭.

어찌되었건, 어치브그룹디엔이 드라마마케팅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니 만큼 이번 "시크릿가든 OST콘서트"를 기획하면서도 어느 정도 팬들의 소비심리와 수익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산이 끝났을 겁니다. 허나, 드라마를 통해 지금까지 쵸콜릿에서부터 리조트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PPL"을 날렸으니 만큼 이번의 콘서트는 "절제의 아름다움"으로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시쳇말로 어치브그룹디엔으로서는 이번의 콘서트가 절대로 마지막 작업은 아닐 테니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