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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경실련),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정보인권 침해하는 전기통신사업법안 처리한 국회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휴대전화 본인확인제 및 행정기관의 전화정지제도 도입"에 대한 입장을 공동 발표했습니다.

먼저 이들 시민단체들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휴대전화 본인확인제 및 행정기관 전화서비스 이용정지제도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4월 30일에 처리했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전국민의 정보인권을 오히려 위기에 빠뜨릴 내용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결정을 함께 내린 여야 공히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문제에 대해 시민사회와 미방위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충분한 토론 없이 법안 통과에만 급급했던 것은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야 하는 국회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경실련



휴대전화 본인확인제(안 제32조의4 신설)는 부정한 전화서비스 가입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되었다. 휴대전화 명의도용이 급증한 것은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의 휴대전화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와 밀착되어 있고 이를 토대로 대출서비스 등 부가금융서비스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3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잘 지적하였다시피, 본인확인기관 중 하나인 KCB 직원이 카드3사의 개인정보를 유출시켰고, KT에서도 980만 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본인확인기관이 개인정보 주요 유출사고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국회 상임위가 오히려 본인확인업체로서 이동통신사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이를 명분으로 전국민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있는 특혜를 이동통신사에 부여하였다. 더구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전화가입자 본인확인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위해 행정정보 공동이용시스템을 제한없이 이용하도록 하였다(안 제32조의5 신설). 대체 이것이 무슨 해괴한 개인정보 보호 대책이란 말인가?

행정기관의 전화정지제도(안 제32조의3 신설) 또한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 법안은 보이스피싱 등 전화사기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미래부 장관이 전화번호 이용을 정지하는 명령을 내리도록 하였다. 문제는 이 법안 어디에도 그 대상을 보이스피싱이나 전화사기로 국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 2월 6일부터 불법 대부 광고, 대출 사기에 사용된 전화번호에 대한 신속이용정지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아무런 사유 제한 없이 수사기관 등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요청하는 경우 무조건 전화번호 이용을 중지시키도록 하였다. 경찰이 불법으로 보는 집회시위를 공지했다는 이유로 휴대전화 이용이 중지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 밖에 이번 법안은 청소년보호를 한다는 이유로 휴대전화에 콘텐츠 차단장치를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하였다(제32조의7). 불법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그간 청소년보호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한국식 IT 규제는 아무런 실효성 없이 규제를 위한 규제에 머물렀다. 오히려 정보접근권 제한이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계속 논란을 키워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미방위가 다수 법안을 성급하게 처리하면서 사회적으로 충분히 토론하지 않은 규제를 갑자기 끼워넣었다는 사실은 또다른 논란거리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또, "지난 1월 카드3사에서 1억 4백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 이후로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전국민 개인정보가 인터넷 여기저기에 떠돌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정보인권은 큰 재앙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유출된 개인정보를 교묘하게 이용한 사기수법이 기승을 부리면서 애꿎은 국민 피해가 늘고 있는데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범인도, 그 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해 왔던 기업도, 이를 조장한 정부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분노했습니다.

이들 시민단체들의 말마따나 지금 이 시간에도 전자정부는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를 토대로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출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도 변경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민등록번호의 민간사용을 제한하겠다고 하면서도 이동통신사에게는 특별히 예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안'의 민낯입니다.

이에 이들 시민단체들은 "국회 미방위가 통과시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반인권·이동통신사 특혜 법안으로 규정", 강한 반발과 함께 법안을 통과시킨 미방위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끝으로 경실련은 "이 왜곡되고 해괴한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바로잡기 위하여, 국회가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라도 휴대전화 본인확인제와 행정기관의 전화정지제도를 재고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