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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목요일은 두딸의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어쩌면 하늘을 뚫고 오를 만큼 기쁠 때란 것이 바로 그런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으니까요.

그날은 불탄의 두딸이 그동안 너무나도 갖고 싶어했던 핸드폰을 개통시켜 준 날이었습니다.

너무 이른 시기에 핸드폰을 장만해 주는 것은 아닐까 싶어 많이 망설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과 1학년의 아직 어리기만 한 두딸에게 핸드폰을 만들어 준다는 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테니까요.

허나, 지금도 이용하고 있는 두딸의 등·하교 시간을 문자로 알려주는 SK브로드밴드 스쿨케어서비스는 너무나도 잦은 오류의 발생으로 인해 있으나마나 한 것이 되어 버렸기에 두딸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스트레스가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두딸의 놀이형태 중 하나가 바로 아빠·엄마가 사용하지 않는 구형 핸드폰을 애지중지하는 것이니 그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그런 두딸이 비록 스마트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터치폰으로서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아트터치(LG-SU550)를 사용하게 되었으니 첫날부터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손에서 떨어뜨리지 않으려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삿날이었던 토요일, 늦은 시간까지 핸드폰을 가지고 나름대로 뭔가 작업을 하던 두딸은 머리맡에 핸드폰을 두고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녘에 잠이 깬 큰딸은 다시 핸드폰으로 자기만의 기쁨을 누리려 했는데.....

"흑흑...... 아빠! 일어나 봐요. 앙앙...... 제 핸드폰에 줄이 생겼어요. 아빠!"

잠결에 들리는 큰딸의 서러운 울음 섞인 목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난 불탄이 큰딸의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아뿔싸!' 큰일이 났습니다. 큰딸의 핸드폰 액정이 불탄이 보기에도 심하게 상해 보였으니까요.

울고불고 하는 큰딸을 달래고는 빨리 열시가 되기만을 바랬습니다. 핸드폰을 개통한 매장에 일단 문의를 해 봐야 어느 정도까지 심각한 것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핸드폰 매장 직원은 불탄을 대신해서 시계탑에 있다는 A/S센터에다 큰딸의 핸드폰을 의뢰했고, A/S센터에서는 신형모델인 관계로 액정칩을 주문해서 수리를 해야 하니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수리비용은 무려 57,000원이 들게 될 거란 말도 빠뜨리지 않더군요.

자신의 핸드폰이니 걱정이 된다며 모든 과정을 큰딸은 함께 지켜봤습니다. 핸드폰 선물을 받고 좋아라 했던 시간은 겨우 3일, 한창 눈과 손에서도 익을대로 익었을 재산목록 1호인 핸드폰을 그렇게 A/S센터로 떠나보내야만 했을 땐 얼마나 슬펐을까요?

그리고 다시 자신의 손안에 다시 핸드폰을 쥘 수 있게 된 것은 5일째가 되던 날이었습니다. 얼마나 좋았던지 눈물까지 글썽거리던 큰딸...... "아빠, 고맙습니다."라는 감사의 말을 배꼽인사와 함께 불탄에게 보였던 큰딸은 자신의 책상서랍에서 미리 준비해 놓았던 것을 꺼내 와서 불탄에게 내밀었습니다.

"아빠! 이거요. 제가 잘못한 것이니까 이거 아빠가 받아주세요."

검은색 색종이로 만든 돈봉투와 큰딸이 지은 봉투의 이름

새뱃돈으로 보이는 빳빳한 지폐들


큰딸이 내밀었던 건 지금까지 차곡차곡 모아왔던 용돈이 담긴 지갑형태의 색종이로 만들었을 봉투였습니다. 아마도 설날에 받았던 세뱃돈과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예쁘다며 쥐어주셨던 것이겠지요.
 

A/S를 받고 돌아온 큰딸의 핸드폰(오른쪽의 분홍색 핸드폰목걸이)


아직까지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불탄은 모르겠습니다. 어제와 오늘, 계속해서 고민만 하게 되더랍니다. 앞으로의 핸드폰 사용에 조심스러움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면 받아둬야 할 터이지만, 그래도 마음 편히 받아두지도 못하겠더군요. 교육적으로 효과를 주면서도 뜻깊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를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큰딸이 건네준 57.000원은 그냥 맡아두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