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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딸의 잠든 모습이 왠지 오늘따라 애틋하기만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는 아이들의 변화와는 달리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는 살림살이가 고달픈 탓만은 아닐 텐데 참으로 묘한 느낌의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 밤 12시가 지났으니 어제라고 해야 되겠군요 -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는 큰딸에게 만큼은 아주 의미가 있는 날이었을 겁니다. 학교에서 과제로 내주었던 직업체험 활동을 했던 날이었으니까요.

학교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5월 셋째 주를 직업세계 체험주간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각자 적당한 직업을 선택해 직접 체험활동을 해야만 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미리 마련되어 있는 보고서 양식에 맞춰 작성하여 5월 23일까지 담임선생님께 제출하도록 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불탄의 큰딸은 이 과제를 빨리 끝내고 싶었나 봅니다. 토요일부터 연신 직업체험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졸라대었으니 말이죠. 아니, 어쩌면 다음 주까지라는 기한을 잠시 착각하고 오늘까지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탄이 청주에 내려와 생활한지도 벌써 4년이 다 되어가지만 큰딸의 직업체험을 부탁할 곳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더랍니다. 해서 하는 수 없이 아이들 큰아빠, 큰엄마가 운영하고 있는 중문의 한 음식점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깨끗이 테이블을 닦고


이쪽 테이블에도 한번 더 닦아주고


언니가 일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한 작은딸은 연신 참견하려 들고


주방 세척실에서 나온 숟가락의 물기를 깨끗이 제거해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젓가락은 몇개씩 한꺼번에 닦아주고


마지막으로 냅킨을 빼곡히 채워주고


각을 잘 잡아 넣어야 냅킨이 잘 빠져 나온다니까...... 이렇게......


의자 정리는 보너스로~


직업체험 장소를 음식점으로 선택했으니 당연히 홀에서 일을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의 어린 아이가 주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나도 없을 테니까요.

먼저 앞치마 유니폼을 정갈하게 차려 입은 큰딸은 인근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르바이트 언니가 가르켜주는 대로 여러가지 일들을 잘 따라했다고 합니다. 이마와 콧잔등에다가는 송골송골 땀을 맺혀가면서 말이죠.

집으로 돌아온 큰딸은 오늘의 직업체험 활동을 스케치북에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보고서 양식에다가는 자신의 활동 내용과 느낌을 하나씩 빼곡히 적어가기 시작했고요. 보고서 맨 마지막 줄에는 오랫동안 서있기도 하고, 걸어다니기도 했던 탓에 다리가 많이 아팠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는데요, 큰딸에게 있어 오늘의 직업체험 활동은 나름대로 힘들었던 시간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 청주로 이사를 오지 않고 서울에 계속 있었더라면 키자니아 서울과 같은 전문적인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생생한 경험을 안겨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부분 만큼은 못내 아쉽더랍니다. 어쨌거나 아주 잠시 동안의 경험이겠지만 그래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