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988. 5. 27. 경향신문 지면광고


생활 속 아이디어가 상업화에 성공한 케이스를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가지의 설이 있기는 합니다만 코카콜라의 아름다운 굴곡을 자랑하는 병도 그렇거니와 3M의 포스트잇 역시 그와 마찬가지겠죠.

그런가 하면 써니텐의 '흔들어 주세요'라는 광고 카피는 지금까지도 기업의 위기를 최고의 기회로 반전시킨 아이디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천연과즙이 10%나 들어간 획기적인 음료였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그리 탐탁지 않았습니다. '태양의 정열을 마시자'고 아무리 유혹을 해도 말이죠. 게다가 노후화된 장비와 낙후된 생산기술은 뿌연 침전물을 감출 수 없었기에 부정적인 이미지도 우려되는 상황이었고요. 그러한 위기 상황에서 써니텐 광고를 맡고 있었던 이낙훈 카피라이터가 던진 승부수가 바로 '흔들어 주세요'라는 카피였습니다. 결국 '써니텐 = 천연과즙 = 흔들어 마시는 음료'라는 공전의 히트상품이 탄생하게 된 거지요.

일상에서 발견한 친환경 아이디어를 상품화하여 수출신화를 이룩한 기업들도 많을 것입니다. 오늘 KOTRA는 최근 발간한 그린리포트에서 소개하였던 세계 12개국 녹색 강소기업의 성공사례에 대한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는데요, 녹색시장 진출에 고심하고 있을 중소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네덜란드 에코폰트사의 아이디어

네덜란드의 에코폰트사의 성공비결은 바로 아이디어의 단순함에 있습니다.

에코폰트사의 단순한 아이디어는 바로 프린터로 인쇄되는 글자 폰트에 구멍을 뚫어 잉크를 절약하자는 것이었는데요, 이 같은 아이디어는 결국 프린터의 성능개선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연구노력을 한 번에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에코폰트를 사용하면 25%의 잉크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금융, 보험회사와 같이 인쇄를 많이 하는 기업에서는 에코폰트에 대한 인기가 무척 높습니다.

현재 에코폰트사는 가입자 1만6천명의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는데요, 미국, 유럽 등 여러 국가에 대리점을 개설하면서 가입자 10만을 목표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본 후민사의 아이디어

일본의 후민사는 의약품을 취급하던 회사였는데요, 휴대전화의 배터리열 차단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금은 후민코팅이라는 유리창문 코팅기술을 개발한 회사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후민코팅은 건물 유리에 칠하는 것만으로도 자외선과 적외선을 흡수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실내온도를 2~5℃ 내리고 겨울에는 열 손실을 막아 10℃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특히 날씨가 무더운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가 높아 이미 싱가포르 등지에 30건 이상의 시공실적을 거두었으며, 직원이 4명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연매출 2억 엔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저챵창링사의 아이디어

중국 전기오토바이의 대표기업으로 떠오른 저쟝창링사는 원래 일본 혼다를 모방한 “벤다”라는 오토바이 제조업체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에 전기자전거가 급속히 보급되고, 배기가스 단속이 강화되자 저쟝창링사는 전기오토바이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환경오염에 민감한 유럽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중국 최초로 EU의 교통안전과 환경보호 인증인 EEC/COC Approval 표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하여 출시한 거였죠.


네덜란드, 독일 등을 통해 수액 3천만 달러 달성과 함께 전 세계의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저챵창링사의 성공은 아무리 짝퉁 제조업체라 할지라도 가치관의 전환과 아이디어 발상만 이룰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저탄소 녹색 브랜드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요?

어쨌든 오염물질 배출이 제로에 가까운 환경보호 제품이라는 인식과 함께 요즘과 같은 고유가시대에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자동차와 같이 경쟁력있는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저챵창링사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 같습니다.


홍콩 모터웨이브사의 아이디어

홍콩의 모터웨이브사는 건물 난간이나 지붕에 설치하여 전력을 얻는 소형풍력장치를 개발하여 미국, 중국 등 45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모터윈드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선풍기 크기의 소형 터빈을 사용하는데, 도심 속 건물에도 설치가 가능하고 약한 바람으로도 전력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피스의 비상전력, 주차조명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모터웨이브사에서 이 제품을 개발하게 된 아이디어는 24시간 에어콘을 사용하는 홍콩에서 1,000달러나 하는 높은 전기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도심의 바람을 이용하는데서 착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모터웨이브사의 영업방침은 무척이나 특이하더군요. 제품의 디자인에서부터 제조, 설치, 그리고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담당하면서 맞춤형 제작을 고집한다는 겁니다. 지리와 기후 및 장소의 특성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이라나요?

게다가 마케팅이나 광고는 일체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술유출이 우려되어 전시회도 기피하고요.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홍보를 하고 있는데도 전 세계의 바이어들이 제발로 찾아 들어와 주문을 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어느 기업에서나 소망하는 '마케팅이 필요없는 제품'을 만드는 꿈의 기업이라 해야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고 있지만, 어찌 알았는지 북한에서는 지난 2008년도에 600대를 들여갔다는군요.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나라에서도 한번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