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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거리던 아가의 앓는 소리가 울음소리로 바뀌면서 평온하던 휴일 아침이 어수선해집니다. 가고 싶은 곳이나 갖고 싶은 게 있을 때마다 이동의 수단이 되어주었던 '두 팔의 낮은포복'이 아가에게는 몹시도 힘에 부쳤나 봅니다.

그렇잖아도 생후 8개월차가 되면서부터 운동량이 무척이나 많아진 아가입니다. 그런데도 갑자기 먹는 분유의 양은 줄어들어 걱정을 하고 있던 요즘입니다. 더워지고 있는 날씨 탓인지, 뭔가 불편해서 그런 것인지 걱정을 하고 있던 요즘입니다.

뒤집기를 성공한 두달 전부터 잠을 잘 때도 엎드려서 자기 때문에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너무 푹신한 이불과 요는 벌써 한참 전에 장롱에다 쳐박아 두었지만, 그래도 아가의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보이지 않을 때마다 숨을 잘 쉬고 있는지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이러다가 사팔뜨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놀란 마음에 우는 아가에게 다가가보니 방바닥에는 약간의 토사물이 어질러져 있습니다. 좀전에 먹었던 분유를 조금 게워낸 것 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속이 불편했을 아가는 그게 못내 서러웠던지 연신 손으로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아가의 할머니께서는 '노는 멀미'라고 하십니다. 아직까지 제 몸을 이겨낼 힘이 없는 아가의 입장에선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힘겹게 이리저리 기어다니고, 만지기도 하고, 뭐든지 손에 잡히는 것마다 입으로 가져가 빨아대고 하니, 당연히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고 하십니다. 요맘때의 아가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니 먹는 양 줄어든 것까지도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다행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며칠 주의깊게 관찰을 해 보니 미열도 없을 뿐더러 특별히 아파 보이지도 않습니다. 먹는 양도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더니 이제는 먹는 시간까지 이 일이 있기 전보다 훨씬 정확하게 맞춰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찾아낸 두딸의 콩순이컴퓨터는 아가의 몫입니다. [이 콩순이컴퓨터 자세히 보기]

영어 단어나 글자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하고 듣는 것이 신기해 보입니다. 동요노래방에서 나오는 노래소리에 맞춰 짝짜꿍을 할 때는 무척 즐거워보이고요. 앞으로 3~4년은 너끈히 갖고 놀 수 있을 것 같기에, 깨끗하게 아껴가며 사용해준 두딸에게 고마움을 갖습니다. 하기사 근 1년이란 동안은 아빠, 엄마가 새 건전지로 바꿔주지 않아 두딸로서는 가지고 놀지도 못했으니 미안할 뿐입니다. 무척 부끄럽기도 하고요.

지금까지는 양팔과 두 다리를 사용하는 낮은포복으로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힘이 들면 스스로 앉을 수 있는 데까지 왔고요. 보행기를 잡고 일어서는 자세를 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양 무릅을 이용해서 기어다니고, 앉은 자세에서 일어날 수도 있겠죠. 어느 순간부터는 한걸음씩 걸음마도 시작할 거고요.

하나씩 힘든 과정을 겪을 때마다, 그렇게 해서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빗자루를 들고와 엉덩이를 토닥거려야 되겠습니다. [관련 포스트 : 6개월된 셋째딸의 뒤집기 성공, 할머니께서 손녀의 엉덩이를 빗자루로 토닥이시는 까닭]

어머니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장하다, 용하다. 건강하게 아프지 말고 커주렴."이란 말을 꼭 해주면서 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