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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인재난과 구직자의 취업난, 그 상충구도에 대한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그 이면을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면 절대적인 조건 때문이 아니라 상대적인 조건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비슷한 능력을 가진 두 클라스를 비교하는데서 오는 박탈감도 원인이라 할 수 있겠고요. 물론, 이와 같은 모습은 직장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사회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흔히 우리는 가장 바람직한 기업상으로 구글이나 애플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들 기업은 포브스가 지난 6월 9일에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명망있는 100대 기업(100 of the the World's Most Reputable Companies)'에서 각각 1위와 2위에 랭크된 기업이기도 합니다. (※ 참고 : 삼성전자 43위, LG 65위, 현대 83위)

구글의 채용방법은 지금도 많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총 9차례에 이어 최근에는 12~14차례까지 진행하고 있는 테스트로 지원자들의 진을 빼놓기도 하고, 그 이전에는 외계인(?) 정도의 지적수준이 있어야만 풀 수 있는 퀴즈를 채용공고로 활용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MBA 출신은 물론이요, 전세계인이 매일 같이 이메일을 통해 입사지원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복지혜택 때문일 겁니다. 각종 편의시설과 복리후생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이니 여기에서는 그냥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구글이 시행하고 있는 정책 중에서도 불탄이 개인적으로 부러워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20% 프로젝트'라는 것인데요, 업무시간의 
20%를 업무외 다른 부문에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어찌보면 '3M 15%룰'이나 '홀마크 30% 룰'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 이 제도는 조직구성원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업무를 가능케 함으로써 엄청나도록 활발한 제안문화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구글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기업들, 특히 IT업종에서는 인재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입니다. 신규 채용에 들이는 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기존에 있는 직원들을 다른 경쟁업체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이죠. 그만큼 IT업계에서불고 있는 변화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빠르고 거세게 일고 있다는 방증일 겁니다.

이러한 가운데 기업에서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리크루팅 전쟁에 한층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트위터와 페이스북, 징가 등이 키워가고 있는 인재확보 방법으로서의 스카우트 쟁탈전은 가히 토네이도급을 방불케 하고 있지요.

물론, 신규로 채용해서 교육을 하고, 기업문화와 목표에 합치될 수 있는 인재상으로 키우는 것보다 이처럼 능력자 한 명을, 또는 하나의 기업이나 팀을 파격적인 보상체계를 미끼 삼아 스카우트하거나 매입해 버리는 것이 단기간 승부에서 보다 유리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같이 스피드경영이 중요한 때라고 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글로벌기업으로 명망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 중에는 그들만의 특별한 인재관리비법이 있습니다. 리크루팅에 있어서도 스카우트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요. 오늘은 몇몇의 글로벌기업이 가지고 있는 인재관리 노하우에 대해 살짝 엿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리크루트(The Recruit, 2003)의 한 장면


1. 볼보

가장 먼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볼보에는 '프레지던츠 리뷰(President's Review)'라고 하는 대외비 파일이 있다고 합니다. 이 파일에는 전체 임직원 7만920명 중에서 1% 미만에 해당하는 '핵심 중의 핵심' 인재 500명에 대한 신상자료가 빼곡히 담겨 있다지요?

인재는 키우는 것이다.

이 '프레지던츠 리뷰'는 볼보의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으며, 이 파일에 있는 내용을 기준으로 하여 핵심인재를 발탁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인재를 대하는 볼보의 기본 전략이 바로 '인재는 키우는 것이다.'라고 하느니 만큼 핵심인력일수록 사내에서 직접 선발을 하고, 최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군요.


2. 페덱스

페덱스는 택배 배달직원도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는 '인재육성 오픈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핵심인재 대부분을 사내 네트워크를 통해 육성하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허나 기업이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 인재를 영입할 때도 있을 겁니다. 페덱스의 경우는 그런 경우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하는데요, 그것도 IT나 마케팅과 같은 전문분야만으로 한정시키고 있다는군요.

이렇듯 외부로부터의 영입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관련 부서나 CEO를 비롯한 임원진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헤드헌팅을 통해서만 진행하다고 하니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페이팔 vs 구글'의 소송과 같은 분쟁에도 휘말릴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군요.


3. 필립스

내부 인프라를 통해 먼저 발굴하고, 그게 여의치 않을 때 외부 인재를 스카우트하고 있는 페덱스와 마찬가지로 필립스 역시 인재가 필요한 경우 사내 인프라를 통해 충원하고 있는데요, 특이한 것은 그 대상을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필립스 직원으로 하고, 그 방법은 사내 통신망을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하는 걸까요?

먼저 회사에서 어떤 인재가 필요한 경우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연결된 '온라인 커리어센터'라는 사내 통신망에다 빈자리를 공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공지를 본 세계 각지의 필립스 직원들이 지원을 하게 되고, 내부적인 심사를 통해 필요인력을 수급하게 되는 방식이지요.

실제로 필립스에서는 이 방식을 통해 아주 좋은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인재를 확보함에 있어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 자연스럽게 지원자의 불만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필요한 인력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다는 것 등은 이 인재확보 방식이 가지는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4. 일렉트로룩스

오늘(6월 21일) 뉴스에서는 지난 17일에 시화호 일대에서 폐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수거하며 '그린데이(Green Day)' 캠페인을 펼친 일렉트로룩스코리아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가전제품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일렉트로룩스의 한국법인이지요.

유능한 사람 보다는 회사에 오래 남아 도움을 주는 사람을 선호한다.

바로 그 일렉트로룩스가 가지고 있는 인재상입니다. '유능한 철새'보다 '뿌리내릴 사람'을 뽑는다는 뜻일 테지요.

실제 우리나라 기업의 최근 구인활동을 보면 '좋은 스펙을 가진 구직자는 채용하고 싶지 않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채용 후 3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떠나버리는 철새가 너무 많기도 하려니와 어쩌면 그러한 인력들이 조직에 합류되면서부터 터뜨리게 될 불평, 불만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뜻일 겁니다. 아무래도 전체 조직구성원의 사기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테니까요.

일렉트로룩스의 경우에도 인재를 채용할 때는 '외부 4: 내부 6'으로 인사비율을 정해놓을 정도로 내부 인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CEO도 회사의 안정을 위해 '내부 인사 우선의 원칙'을 갖고 있고요. 물론, 내부에 마땅한 인력이 없을 때는 외부에서의 영입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그런 경우는 극히 적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에 따른 모든 절차도 까다로운 이사회의 몫이라고 하지요?

'장사는 이문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던 거상(巨商) 임상옥의 말이 유난히 크게 울려오는 오늘입니다.

참고 자료 :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업나라'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