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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계속 우울하기만 하다. 장맛비에 심상이 흔들릴 나이도 훨씬 지났으니 날씨 탓만은 아닐 터인데.

그렇다고 안팎으로 큰소리 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도통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다. 겉으로 드러내기 꺼려지는 뭔가가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심연의 한자락을 채우고 있었던 걸까?




아!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왼쪽 얼굴로부터 통증을 느껴왔다.

'날 지치게 하고 신경 쓰이게 하는 게 대체 뭐관데?' - 스스로에게 그리 묻고 있으려니 입꼬리에서부터는 "풋"하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어이없다는 뜻이겠지.

나와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이가 의외로 많은가 보다. 하나의 포털 검색창에 '왼쪽 얼굴 통증'이라는 검색어를 넣어보니 결과물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왼쪽 얼굴일까?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내 통증의 시발점은 왼쪽 눈이다. 눈알이 빠질 듯이 아프다. 눈과 코 사이에 있는 어느 한 지점은 손을 대기가 두려울 정도로 욱씬거린다. 편두통을 앓는 것처럼 왼쪽 이마에서부터 정수리까지도 아파온다.

감기 증상과도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틀리다는 건 정확히 얼굴을 반으로 나눠 한쪽 편만 아프다는 거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왼쪽 콧구멍으로 콧물이 흘러 내리는 건데, 워낙에 순식간에 흐르기 때문에 손쓸 시간이 없다는 거다. 혹시 이러다가 어렸을 적 즐겨 보았던 만화의 아수라백작이라도 되려는 건 아닐까?

지식인으로 자처하는 의사들의 답변을 보면 삼차신경통이나 비전형 안면통, 그리고 말초성안면신경마비 중 하나가 원인인 것 같다. 심증으로는 삼차신경통에 가까워 보이기는 하지만......

어쌨든 전문가집단이 내놓은 결론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신경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거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자연치유가 되는 것이 보통이라는 의견과 함께 관자놀이 부근의 찜질이 괜찮을 것 같다는 민간처방도 빠뜨리지 않으면서.

신경계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내 지금의 생활에 불안해 하고 있던 걸까?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스스로의 치부가 드러날까 싶어 무의식적으로나마 꼭꼭 닫아 놓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가족에게 미안한 일이다. 가장이라고 떡 하니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심약한 정신머리를 갖고 있는대서야......

그런데도 다음달 6일에 첫추첨이 예정되어 있는 연금보험이라는 것에 당첨되었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존 로또보다 당첨확률이 2.6배가 높다지 않는가? 게다가 매월 500만 원씩 20년 동안 지급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냐는 말이다. 혹여라도 그 당첨금을 다 타먹지 못한 채 죽더라도 나머지 금액은 가족에게 지급된다고도 하니 만약에 1등에 당첨이라도 된다면 이까짓 통증 쯤이야 금새 털어낼 수 있으련만.

어쨌든 시간을 내서 신경과 진료는 받고 볼 일이다. 잠시 그친 장맛비처럼 다소 누그러져 있던 이 통증이 언제 또 심하게 발작할지 모를 일이니.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