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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어느 새 꺾여진 고개에 저 홀로 깜짝 놀라 바로 했더니만
한심해 보이는지, 재밌어 보이는지, 그렇게 아기가 웃고 있다


아기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야 할 젖병 꼭지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 턱 언저리 쯤에서 노인네 오줌발 마냥 찔끔거리고 있었으니

아기는 또 얼마나 답답해 했을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아빠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는 멀쩡하기만 한 눈꺼풀의 무게가
유독 아기에게 젖병을 물릴 때만 될라치면 왜 그리도 천근만근인 건지

끝내 젖병에 담긴 분유가 다 비워진 것을 보기 위해선
몇 번의 목꺾임을 당해야만 하는 건지





그것은 고개를 숙인 하나의 자세로 얼마간 있는 데서 오는 졸음
젖병에 담긴 분유가 병아리 눈물 만큼씩 줄어드는 걸 봐야 하는 데서 오는 무료감의 선물
젖병 꼭지를 빨 때마다 반쯤은 이미 잠에 들어선 아기한테서의 소리없는 전염
이도저도 아닐 바에는
혹여라도 하고 많은 시간 중에 가장 졸리울 때만 젖병을 물려야 하는 지랄 같은 우연 


의과 전문 자료에는 혹시 이와 같은 증세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을까
그리 생각하는 스스로가 한심했던지 제어기능 상실한 방귀 닮은 소리가 '피식~' 하고 새어 나온다




한 번의 목 돌리기와 두세 차례의 젖병 흔들기
졸음을 단디 쫓고 나서 젖병을 고쳐 뉘이니 아기의 입이 덥썩 물어온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수리에 땀이 차오르도록 분유 먹기에 몰입하던 아기가
어느 새 시건방을 가득 담은 혀를 낼름이며 젖병을 밀어낸다
허허, 누군가에겐 한 입 거리도 되지 않을 200ml 용량을 담은 젖병은
오늘도 어김없이 버림 받을 운명이었나 보다


늘 그렇듯
젖병 물리기를 마친 아빠의 눈빛은 밤하늘 별과 하양 닮아 보인다
언제 졸렸던가 싶게, 언제 졸았냐는 듯이, 언제나 바로 그렇게
어쩌면 젖병을 물릴 때마다 쏟아지는 졸음의 이유 따위는 애초부터 관심없는 아빤가 보다


-  110705.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