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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은 새롭게 검색의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한 첫눈을 인수했고, 그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신생 벤처기업 대표의 고뇌에 찬 결단   vs   '한국형 구글'이란 창업 정신까지 내팽개친 CEO의 독단


글쎄? 아직까지 그에 대한 판단을 미뤄왔던 불탄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내가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아니기도 하려니와 내가 알고 있는 바가 그리 깊고 많지 않은 까닭에. 일단 말을 꺼냈으니 5년전의 어느 날로 돌아가 보자. '검색사이트 첫눈'이 NHN으로 인수합병 되었던 바로 그 시점으로...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불탄이 원래부터 운영해 온 네이버 블로그 '예린이랑 예진이랑'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본 글은 당시의 상황을 현재 상황에 맞게 수정·보완했다는 걸 이 자리를 빌어 미리 밝히도록 하겠다.


▶ 관련 포스트 보기 : http://sjysjysj.blog.me/140026188419 


이미지 - 지식 스토어 클레버스(CLEBUS)



'스노우 랭크'는 첫눈이라는 검색 서비스의 사상이고, 철학이며, 기술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검색의 대상을 내부 DB가 아니라 인터넷 전체로 한다. 이른바 '바다 정책'이다. 또 네티즌이 중복해서 찾는 단어에 의미가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른 바 '눈덩이' 이론이다. 눈덩이는 굴릴수록 커지듯 검색에 있어서도 많은 네티즌이 자주 찾는 단어에 가중치를 두는 검색 기술이 더 유용하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당시 첫눈의 장병규 사장은 그 '스노우 랭크'가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실패라는 말은 '제한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서비스가 나온 지 6개월, 네티즌 반응이 신통찮다고 실패를 말할 수는 없잖은가 말이다. 즉, 장병규 사장의 말은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면 수정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물론 제품과 서비스가 일정한 기간, 정해진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면 '완전한 실패'로 인식될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잠깐의 실패 때문에 사라져버리는 제품과 서비스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첫눈과 스노우 랭크는 그렇지 않다. 이 점에서 우리는 첫눈과 한국의 벤처기업에 대해 할 말이 생긴다.

스노우랭크가 완전한 실패작이라면 네이버는 바보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 첫눈 인수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진 구글 또한 멍청한 기업이 된다. 세계 최강의 기업들이 바보나 멍청이라고 한다면, 누구도 인정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결과론적으로 스노우랭크를 실패작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말하자면 스노우랭크는 실패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진 것은 아닌 게 되는 셈이다.


시장에서 실패해 놓고도 궁극적으로는 지지 않는 힘의 실체 - 크리에이티브 경영


장사장은 또 말한다. "노동자와 인재는 서로 다르다."라고. 노동은 대체가 가능하지만, 인재는 대체할 수가 없다는 논리다. 첫눈에는 인재가 모여있고, 그래서 노동조합이 없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첫눈에서는 인력 한 명, 한 명이 노동조합의 파워를 갖는다는 것이다. 인력 한 명만 어깃장을 놓아도 업무가 마비될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경영진이 한 명, 한 명에 대해 끊임없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장 사장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크리에이티브'를 말하기 위함이다. 현재(레드 오션)를 부정하고 미래의 가치(블루 오션)를 창출하는 힘. 그것이 바로 벤처의 힘이고, 그것은 노동자가 아닌 인재한테서 나온다는 것이다. 또 첫눈이 하고자 했던 것 또한 바로 이것이었다.

장 사장은 "구글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첫 번째 묻는 질문은 인력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들 또한 벤처로 출발한 글로벌 기업이고 무엇이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인지 안다는 이야기다.

아마 장 사장의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벤처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가에 달렸다. 자금은 없고, 그래서 우수 인력을 채용할 형편은 아니고…. 그게 우리 벤처기업의 가장 큰 애로 아니겠는가. 이 대목에서 장 사장만의 경영 비법이라고 할 만한 것을 말할 때가 됐다.

사실 장 사장은 여느 벤처 창업자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KAIST 출신으로 우수 기술인력에 대한 유리한 인적네트워크를 갖췄고, 네오위즈에서 번 돈만 해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갖췄다고 모두가 '크리에티브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조건은 그야말로 조건일 뿐이지 그것이 곧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누구나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상황에서, 즉 이미 레드 오션이라고 보는 검색 사업에 50억을 베팅하는 건 분명 보통 일이 아니다.

장 사장에겐 무엇인가 특별한 확신이 있었다. 그렇다. 거기에는 확실한 성공 키워드로서의
인재가 있었던 거다. 인재가 내놓을 크리에이티브를 믿고 50억을 베팅한 것이다. 결국 그러한 크리에이티브는 시장에서는 실패했는지 모르지만 인수합병의 조건인 350억이란 금액으로 충분히 보상해 준 게 아니겠는가?


첫눈의 인재관리 핵심은 아주 특별한 프로그램


벤처의 역사는 인재의 이동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만큼 안정된 토양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첫눈의 창업자 장병규 사장은 이 문제에 치밀하게 대비하였고, 향후 성공의 결과물을 인재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아주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은 거다.

당시 대개의 벤처에서 인재 영입을 위한 수단으로 제공했던 것이 바로 '스톡옵션'이다. 성공할 경우 그 과실을 나누기 위한 최선의 프로그램이 '스톡옵션'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내에서 스톡옵션으로 과실을 챙긴 경우는 드물다. 성공한 경우가 드물기도 하려니와, 스톡옵션이 기업 재무와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자사주 또한 특별한 대안이라 할 수는 없다. 그동안 기업공개 전에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준 기업은 많다. 물론, 임직원의 재산을 불려준 기업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자사주가 폭락하는 바람에 이른바 '노예문서'로 변한 경우도 허다하게 보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임직원은 회사에서 차입해 자사주를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결과적으로 주식가격이 그보다 밑도는 경우가 허다했지 않은가. 그 때문에 돈을 갚을 때까지 오도가도 못하게 된 직장인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장사장이 선택한 것은 자신의 구주를 나눠주는 방법이었다. 창업당시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까지는 구주를 나눠 준다해도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결국 애초에 직원들한테 약속했던 지분의 양도는 10% 선이었지만 NHN에 매각하기 직전까지 30% 이상을 직원들 몫으로 돌려놓았으니, 첫눈의 직원들에게는 얼마나 호쾌해 보였을까 싶은 대목이다.


첫눈의 잃은 것과 얻은 것


기업은 일반적으로 창업 초기에 순자산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다 탄력을 받으면서 순자산가치가 자본금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 때부터 자본 투자에 대한 성공의 과실이 조금씩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성공의 과실이 생기기 전에 지분을 넘기면 지분을 받은 사람은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분만큼 동시에 져야 한다. 장 사장은 혹시 모를, 실패에 대한 책임을 첫눈의 직원이 분담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별도의 장부를 통해 '주식 논공행상'을 한 뒤, 성공이 보장된 뒤에 그것을 현실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에게는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전혀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성공했을 경우에는 '주식 논공행상'의 결과물을 그대로 받게끔 하는 최선의 방법 즉, 실패의 결과는 CEO 혼자만의 몫으로 안고, 성공의 결과는 모두가 나누기로 한 것이었으니......


결국 첫눈의 임직원 60명은 100억 원 가량의 보상을 나누어 갖게 되었으니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당사자들만 알 수 있지 않을까?


첫눈과 어딘지 닮아 보이는 티켓 몬스터의 매각설



누가 뭐라 해도 지금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국내 소셜커머스는 '티켓몬스터'이다. 그런 '티켓몬스터'가 세계 2위의 소셜커머스 '리빙소셜(livingsocial.com)'에 매각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확한 매각금액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티켓몬스터의 기업가치가 3,000억 원 이상이라고 하니 절대 만만찮은 금액이 될 거라는 예상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소문의 진원지에서 들리는 말에 따르면 신현성 사장의 지분을 100% 매각하는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란다. 티켓몬스터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신사장의 지분율은 전체의 절반 이상인 것이라고 하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신사장이 티켓몬스터를 창업한 것이 작년 5월이었으니 15개월만의 일이 되는 셈인데, 만약 이 매각설이 사실로 진행된다면 신사장 개인으로서는 1500억 원대의 매각차익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최근 들어서의 티켓몬스터는 마케팅 비용을 지나치게 투입한 탓에 자금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는 평가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뱅크(Silicon Valley Bank)로부터 연 15%의 고금리 조건으로 차입했다는 60억 원이 무게감이 실리고 있기도 하다. 티켓몬스터는 그러한 소문에 대해 150만 달러의 차입금이 있을 뿐이라고 대항하고 있지만.


맺음말 - 단상(斷想)


첫눈이나 티켓몬스터나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이다. 엄청난 기술력과 젊은 피를 가진 CEO를 둔 기업이기도 하다. 태생 자체가 아이디어와 기술의 집약형태를 갖추고 있음도 물론이다. 창업 이후 불과 몇 개월이 되지 않아 업계의 주목을 이끈 것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두 기업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한다는 것은 명백한 오류임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어딘가 모르게 걷고 있는 그 길 만큼은 상당히 닮아 보인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티켓몬스터의 매각설을 접하는 순간 첫눈의 사례를 떠올리는 우(愚) 따위는 저지르지 않았을 테니까.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