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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 법이다. 굳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사자성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장마가 시작되고부터는 정말 지겹도록 비가 내린다. 올해는 유난히 심하다. 4년을 넘기고 있는 청주 생활이지만 이렇게 많은 비가 이토록 오래도록 내리는 건 처음이다.

여름에 덮을 요량으로 마련해 놓은 홑이불은 꿉꿉하고, 퀴퀴하다. 건조대에 널린 빨래들도 잘 마르지 않고, 쉴 새 없이 들랑거리는 화장실 앞은 닦아도 닦아도 물기가 가시지 않는다.

햇볕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공짜로 쓸 수 있는 살균제요, 탈수제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잘 유도하는 비타민 D의 보고이다. 기분을 맑게 하고 우울함을 걷어준다.

아! 맞다. 요즘 같으면 없던 우울증도 생기겠다. 여지껏 남의 얘기로만 치부해 왔던 조울증도 이런 날씨가 앞으로 얼마간 더 지속된다면 장담할 수 없겠다.

뭐라도 해야겠다. 기분을 바꿀 수 있는 뭔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 달 초에 아내가 내 건강이 염려된다며 마련해 주었던 홍삼정에 생각이 미친다. 지금껏 복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프레스블로그에서 보내준 비타플렉스 포 맨만으로 버텨왔었는데, 이젠 그도 바닥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요거 먹는 방법이 참 아리까리하다. 설명서에는 1일 3회, 1회 1g을 온수 또는 냉수에 타거 먹거나 그냥 먹으면 된다고 쓰여져 있는데, 그 1g이란 1회 복용량이 대체 어느 정도나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그래서 요렇게 작고 깜찍한 스푼이 함께 들어있었을까?

사실 지금까지 이 스푼은 홍삼 원액을 먹는 데 사용해 온 것이 아니라 셋째딸에게 사과를 갈아 먹이거나 가끔 밥풀을 몇개 떠 먹이는 용도로 사용해 왔다. 그러니까 이제서야 비로소 원래의 용도를 되찾게 된 꼬마스푼인 거다.

 


 이 꼬마스푼은 아직 어리기만한 두딸의 어린이용 숟가락보다 훨씬 작다. 아마 1/3 정도의 크기나 될까 싶다. 원래 뭘 먹더라도 희석시켜 먹는 걸 즐겨하지 않는 터라 홍삼정도 그냥 한 스푼을 떠서 그냥 먹기로 했다. 쌉싸름하고 씁쓸하게 입안 가득 퍼지는 홍삼향은 뭔가 좋은 느낌을 갖게 한다.

 


한번은 따뜻한 물에 타서 아이들에게도 먹게 해 봤다. 홍삼차와 비슷한 맛이려니 하는 생각으로. 설탕을 넣어주지 않아 쓰고 쌉싸름하기만 한 맛이 싫었던지 두딸은 저만치 내빼버렸다. 다른 첨가물을 일체 섞지 않고 홍삼만을 장시간 달여 농축시킨 제품이니 무에 맛이 있었을까? 허니, 살짝 맛을 본 것만으로 두딸에게는 두번 다시 먹으라고 권하지 못하게 된 거다.

새롭게 한주를 시작하는 오늘 아침도 장쾌하게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을 챙기던 작은딸이 핸드폰이 없다고 해서 온 방을 다 찾아 봤지만 어디에서고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어디선가 잃어버렸나 보다. 2년의 약정기간을 두고 개비해준 최신 터치폰인데, 돈도 돈이지만 실망한 얼굴로 학교에 갔을 작은딸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아침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