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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초등학교 2학년과 1학년에 다니는 두딸이 여름방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전 주의 목요일인가, 금요일에는 두딸에게서 가정통신문 한 통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받아온 가정통신문이었지만 발신자가 적혀 있어야 할 곳에는 두딸이 다니는 학교의 이름이 아닌, 지역아동센터의 이름이 적혀있었지요.

가만히 그 내용을 읽어보니 그 아동센터라는 곳은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돌봄실과 비슷하면서도 영어와 논술, 미술치료를 함께 병행하는 곳이더군요. '괜찮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주말과 휴일을 보내게 되었고요. 그리고 월요일 저녁에 두딸이 다가오더니 슬며시 말을 꺼내더랍니다.

"아빠, 저희들 아동센터에 다니고 싶어요."
"응? 거기가 어딘데?"

큰딸이 부리나케 냉장고로 달려가더니 냉장고문에 자석홍보물로 붙여놓은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오더군요. 아! 며칠 전에 읽어봤던 그 가정통신문이었습니다.

"응...... 여기 말이구나? 그럼 내일, 엄마한테 먼저 한 번 들러서 알아보라고 할 테니까 기다려 봐. 알았지?"
"네~"

두딸과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팟~'하는 느낌이 들면서 온통 사위가 새카매졌습니다. 전기가 나간 거였죠. 며칠 째 계속 비가 내리다가 그친 탓에 가뜩이나 올 들어 가장 무덥게 느끼고 있던 터라 짜증이 확 밀려 오더군요. 1층에 내려가서 차단 스위치를 몇 번이나 올려봤지만 별무소용, 올리는 족족 스위치는 내려가더랍니다.




전기기술자를 불러 원인을 알아보니 누전이 심하게 되고 있다더군요. 차단기에서 올라온 전기선이 각각의 방과 벽으로 나누어지는 뽁스(? Box?)에서 누전이 된 것 같다며 다락방과 거실 천정을 뚫어서 누전된 전기선을 정리(?)해야 된다나요?

어둠 속에서 두 군데의 천정을 뚫고 작업을 하는 동안 아이들과 아내는 근처에 있는 할머니댁으로 피신(?)을 시켰습니다.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 되어버렸지만, 결국 천정을 뚫고서도 원인은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는 전기선을 노출로 다시 뽑아 정리를 하게 되었고, 점심 때 쯤 되어서야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푼이라도 돈을 아끼자는 생각에 뚫어놓은 두 군데 천정과 다락방 벽면은 스티로폼과 합판을 이용해 적당히 메꾸고 땜빵을 했습니다. 이어 보기 흉한 곳은 도배지와 도배용으로 많이 쓴다는 오공본드를 사다가 아내를 독려해가며 희석시킨 본드를 도배지에 칠하고 붙여가며 어설프게나마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장마 뒤에 오는 햇볕이 반가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 덕분에 숨어있던 집안 곳곳의 허술한 곳은 드러나게 되었으니 여러 모로 크게 내리는 비와 심하게 내리쬐는 햇볕은 정말이지 얄밉고도 지겨운 존재라는 걸 또 한 번 뼛속 깊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오래된 주택에서는 습기가 많거나 물이 고일 것 같은 곳에 전기선을 나누는 뽁스(? Box?)가 있다면 장마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점검을 해야 된다는 것과 뽁스(? Box?)의 위치 정도는 미리 알아두고 있어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도 얻을 수 있었고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지난 수요일부터 두딸의 지역아동센터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평일 아침 11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7시 전후까지 지역아동센터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무척이나 재미가 있는 모양입니다. 순번을 통해 하루에 40분씩 할 수 있는 컴퓨터시간이나 중간중간에 편을 갈라 진행하는 놀이게임도 나름 두딸에게는 즐거움으로 느껴지는 모양이고요.

지역아동센터는 정부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봅니다. 교재나 준비물에 드는 비용도 하나 필요치 않고, 점심과 저녁식사도 시간에 맞춰 직접 지은 음식으로 제공되더랍니다. 만약 그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특이한 식성을 가진 어린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식사를 하고 오면 그만입니다. 학원에 다니는 어린이들도 자유롭게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니 아무래도 탄력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탄의 두딸도 학교에서 방과 후 학습으로 컴퓨터와 원어민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요, 여름방학을 하면서부터는 수강시간이 오전으로 바뀌었더군요. 그러니 학교 수강을 하고 나면 교재를 두기 위해 잠시 집에 들렀다가 지역아동센터로 가면 되는 거죠.

여름방학을 한지 이제 겨우 3~4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름방학을 하기 전보다 더 바빠지고 즐거워하는 두딸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요즘 들어 크게 실감하게 되더군요. 배우는 장소나 놀이하는 장소가 어디가 되었든, 모쪼록 지금과 같이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해 주기만 바랄 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