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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무얼 하든지 간에 '1등'이라는 목표를 갖는다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될 테니까요.

그런데 가끔 그 '1등'이라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속박과 굴레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의 결과만을 놓고 그 가치를 평가하려 할 때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포츠 경기를 임하는 우리나라 선수들, 참으로 많은 부담을 갖고 있을 겁니다. 2등의 가치를, 노력을, 그 수고로움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 때문입니다. 하기사 2등이나 3등 보다는 1등이 폼나고 멋진 것만큼은 사실입니다만.

어제는 한국 수영의 간판스타인 박태환 선수가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영선수권 자유형 400m 결승에서 '1등'을 했습니다. 박태환 선수가 어제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수영관계자들에게 있어 박태환 선수는 어느 정도 관심 밖의 선수였을 겁니다.

국제수영연맹(FINA) 공식 홈페이지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박태환 선수


그러나 지금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한껏 격상시키면서 손나팔을 불어대느라 입술이 부르틀 정도입니다. '1등'을 하니까 다시금 세계의 언론은 박태환을 향한 존경의 념을 보내주고 있는 거지요.

거기에 반해 박태환 선수는 어떻습니까? "이 기록(3분42초04)으로는 세레모니를 펼치면 안될 것 같다. 물론 농담이다." 믹스트존에서 박태환 선수가 환하게 웃으며 취재진에게 건넸다는 말입니다. 박태환 선수에게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1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미리 이미지화 시켜놓은 '1등의 자격'에 도전을 했다는 뜻일 겁니다. 단순히 순위로 '1등'이 되는 것이 아니라 '1등의 존엄성'을 쫓는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광고를 하나 소개해 보겠습니다.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TV를 통해 이미 감상해 보셨을 겁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으로 더욱 친숙한 느낌을 받게 하는 두산그룹의 이미지 광고입니다.

 

최고의 팀은 1등이 모여 만든 팀이 아니라 1등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팀입니다


남을 밟고 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한 요즘 같은 시대에 참 멋진 카피입니다. 가슴을 울리는 말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글로벌기업의 CEO인가 임원인가 하는 누군가가 인터뷰 중에 이렇게 말했다죠? 자신과 경쟁이 될만한 능력있는 직원이 보일 때마다 어떡해서든 쳐내고, 밟고, 쫓아냈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위에는 아무도 없게 되더라고요.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최고경영자의 위치에 오를 때까지 그가 회사를 위해 기여한 바는 엄청났을 거라는 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 어느 장소에서는 인사담당자인 자신보다 나은 스펙을 가진 인재가 제출한 이력서와 입사지원서를 감추거나, 면접에서 떨어뜨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자신을 밟고 올라갈 가능성이 농후한 인재를 자신의 손으로 선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 손을 내밀고 싶고, 누군가가 내민 그 손을 맞잡아주고 싶은 조직을 선망하고 있을 겁니다.

결국 '1등'이란 말의 의미는 '1등의 자리에 지금 있다'는 것 보다는 '1등을 향해 나아가는 열망과 열정'에 둬야 할 것입니다. 그 누구와 경쟁을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아울러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유감없이 에너지를 발산시킬 수 있는, 그래야만 진정 '1등으로서의 가치'가 빛나게 될 테니까요.

박태환 선수의 200m 준결승전이 1시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경기에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박태환 선수는 내일 저녁 7시에 결승전을 치르게 될 테지요. 개인적으로 꼭 바라고 싶은 건 박태환 선수가 '메달의 색깔로 결정되는 1등'이 아닌, 그동안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박태환 선수 스스로가 가꿔왔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1등'을 꼭 쟁취해 줬으면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