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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작년 1분기 10조7,952억 원이었던 체크카드 사용실적이 올해 1분기에는 16조2,837억 원으로 늘어나 있다. 정부에서도 체크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있는 입장이다. 현금거래와는 달리 사용실적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세수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신용거래가 아닌 만큼 경제활동인구의 과소비 억제에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탄 역시 사용하고 있는 카드는 체크카드밖에 없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은지 10년도 넘었다. 이유는 간단하고도 명쾌하다. '혹시 이 사람이...?'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의 생각이 정답이다.

불편한 점도 많다. 비싼 제품을 사야할 때가 바로 그렇다. 예전에는 지로할부라는 게 있었지만, 지금은 신용할부 아니면 현금박치기다. 체크카드는 할부구매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밤 11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는 체크카드 사용에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은행마다 마감이니 결산이니 하며 계좌를 막아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결제해야 할 단돈 몇만 원 때문에 창피 당하지 않으려면 하는 수 없이 5만 원 한두 장 정도는 지갑에 꼽아놓고 다녀야 한다.

그래도 체크카드가 쓸만 하다고 하는 건 신용카드가 가지고 있는 여러 혜택들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이트가 적립되는 카드와 결제금액이 할인되는 카드를 사용하는 장소와 시점에 따라 잘만 이용하면 적립되는 포인트와 할인되는 금액으로 짭짤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 보도된 경제면의 뉴스 중 하나가 체크카드 예찬론자인 불탄을 비웃고 있는 것만 같다. 체크카드에 탑재되어 있던 부가서비스들이 하나씩 둘씩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췄기 때문에 체크카드가 더 이상 돈벌이 구실을 하지 못해서라는 게 카드사 측의 이유라고 한다.

체크카드 부가서비스체크카드


우선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곳은 우리은행을 포함한 5곳이다. 현대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은행계 카드사다. 일반 카드사 보다 은행계 카드사가 체크카드 사용 비중이 더 클 것은 당연할 터이니 이와 같은 결과도 나왔으리라. 게다가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 역시 이에 가세할 움직임을 바쁘게 보이고 있단다.

개인적으로는 10,000원 식사를 할 때마다 500원(사용금액의 5%~10%)을 통장으로 입금해주던 씨티은행의 A+ 체크카드도 다음달부터 서비스를 축소하겠다고 하니 서운할 따름이다. 어느 날 은행업무를 보던 불탄을 잡아 세우고는 이 체크카드가 가진 혜택에 대한 셜명을 너무나도 열심히 해주던 그 창구직원을 믿고 만든 게 얼마나 되었다고.

그렇다면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얼마나 되길래 체크카드사마다 이렇듯 죽는 소리를 하는 걸까?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이 약 1% 정도, 일반가맹점은 1.5~1.7% 정도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적용된 것은 지난 3월부터였는데, 그 이전에는 각각의 수수료율이 2%와 2.0~2.5%였으니 어쩌면 '왕년의 금송아지'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한 까닭일까?

신용카드신용카드


그러고 보면, 할부정책도 없이 카드수수료로 빠지는 돈 때문에 등록금을 카드로 받지 않겠다는 우리나라 몇몇 대학교나 얼마간의 수수료가 줄었다고 지금껏 제공하던 부가서비스를 축소시키고 있는 카드사나 불탄의 입장에는 모두 '그 밥에 그 나물'인 게다.

일단 카드사의 입장은 정해졌다. 그러니 정부당국의 슬기로운 대처가 절실히 요구된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온전히 금융소비자의 몫이기는 하나, 13월의 급여라고 일컫는 소득공제만 놓고 보더라도 신용카드보다 더 큰 공제혜택을 주면서까지 체크카드 사용을 권장하던 정부였으니까 말이다.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공기업을 비롯한 각 지자체, 나아가 국가정부의 부채비율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마당이니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지자체나 정부의 세수확보를 위해서라도, 현금 아니면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하는 듯한 이 같은 카드사의 행보를 '강 건너 불 구경'으로 치부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솔직히 체크카드는 학생이나 서민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부자계층보다는 많을 거란 생각이다. 앞에서 먼저 언급했듯이 밤 11시 이후부터 다음날 영업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언제 사용이 불가능하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을 떠안고 있어야 하고, 할부로 구매할 수 있는 기능도 없는 것이 바로 체크카드니까 말이다.

그러니 서민을 위한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현 정부당국이라고 한다면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보스를 지켜라'의 여주인공처럼 '완빵'으로 하던지 '다구빵'으로 하던지 체크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카드사와 제대로 맞짱 한 번 떠줘야 하는 건 아닐까?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