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했을까?"

오늘 있었던 나가수를 보고 난 뒤에 갖게된 감흥이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불협화음이 들렸던 프로그램을 꼽으라고 한다면 한치의 망설임 없이 '우리들의 일밤'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아니었나 싶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게 매주 크고 작은 이슈를 보였던 프로그램이 바로 나가수였으니까 말이다.

물론, 나가수 골수팬들로서는 전혀 몰랐을 수도 있을 거다. 허나, 
시청률조사로 밥 빌어 먹고 사는 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 방송된 나가수 시청률은 8.4% 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러려니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나가수가 시청자에게 외면 받았던 이유는 뭘까?

누가 뭐래도 동일한 포맷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려 했던 제작진의 무사안일주의를 꼽아야 할 것 같다. 막말이든, 농담이든, 진담이든 간에 "쇼킹하다"란 말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올 법한 프로그램에서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만 들리는 것 같으니 과연 그 어떤 시청자가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수 제작진들은 지금껏 남의 탓만 해 왔던 것 같다. 빳빳하게 세워진 고개는 언제까지나 깁스라도 한 것 마냥 꼿꼿하기만 할 뿐이고, 출연자는 얼마든지 새로 섭외하면 될 터이니 적당히 뭇매를 맞아줄 그런 출연자에게 눈독을 들여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프로그램에 나왔던 출연자의 면면을 놓고 보자면 성공적인 캐스팅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이름 하나만 불러 보더라도 더 이상의 그 어떤 찬사가 필요없을 만큼 매력적인 가수들이었으니 말이다. 시청자나 팬의 입장에서도 그러했을진대 하물며 함께 무대를 이끌어 가야 했던 동료 가수들 입장에서는 어떠했으랴?


이미지 출처 - 스포츠조선


오늘의 나가수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서는 인순이였다. 인순이의 노래를 들어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시간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런데 아주 솔직히 가장 많이 기대를 갖고 있었던 가수가 인순이였던지라 그녀의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 무척이나 지루했고, 힘들었다.

시간은 흐르고, 무대는 오르는 것......

박명수의 소개를 받으며 인순이가 무대로 나왔다. 노래 '아버지'의 간주가 나오고 리듬과 선율에 맞춘 인순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노래를 듣던 객석의 관객들 중 몇몇은 그렁거리는 눈물을 훔쳐내는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그래서 느낀 게 또 하나 있다. 청중에게 있어 감동이라는 것은 불시에 찾아오는 것이고, 시청자에게 있어 감동이라는 것은 아무리 준비를 해 놓고 방어한다고 해도 절대 막을 수 없다는 거다. 게다가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도 꼭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만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걸 또 다시 알게 되었다.

그러니 불탄도 한 마디 해 보련다. 그냥 오늘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 탓에 잠시 잊고 있었던 눈물을 떨구게 된 것 뿐이라고, 그렇게 억지 핑계를 대보고 싶다. 그래야만 이렇듯 벌겋게 변해있는 눈시울을 가릴 수 있을 터이니.

인순이가 가요계에 데뷔를 한 건 1978년 희자매를 통해서였다. 물론 불탄도 희자매를 기억하고 있다. 튀기라고 해도 백인이 아닌 흑인 혼혈이었기에 TV에 나올 때마다 욕을 수도 없이 많이 먹었던 트리오 가수였다. 언젠가는 성인영화 출연으로 그나마 키워왔던 가수로서의 인순이 이미지를 송두리째 팔아먹기도 했었다.


이미지 출처 - 스타뉴스


그래도 인순이는 가수다. 멍에의 김수희도 그랬겠지만, 사연이 많았던 것 만큼 지금껏 열정적인 무대 매너를 통해 팬들에게 감동을 선물해 왔던 대한민국의 일등 가수임에 틀림이 없다. 올해로 가요계에 데뷔한지 34년차가 되는 54살의 국민 댄스 가수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일밤 나가수 제작진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형편없이 망가졌고, 앞으로도 망가질 이유밖에 없었던 프로그램에 레전드급(동백아가씨의 이미자에게는 인순이 역시 헛헛한 웃음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여러 후배 가수 중의 하나이겠지만)의 가수를 통해 반전을 이루려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적어도 오늘을 기점으로 기대감은 키워놨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영상 캡쳐 이미지


솔직히 오늘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 조관우에 대한 음악 얘기를 써보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관우 노래만 듣고 빠지려고 했었다.

허나, 결론은 그렇게 조관우의 노래만 듣고 단타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거다. 그런데도 오늘이란 시간은 무척 상쾌하게 느껴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별일이다. 게다가 이런 기분이라 한다면, 다음 주부터는 좀더 열린 마음으로 나가수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조관우 한테 미안한 건 사실이다. 정말이지 오늘 불렀던 "사랑했으므로"는 불탄의 눈물샘을 극한까지 자극했던 게 사실이니까, 그리고 앞으로 그런 감동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거란 자신은 절대 할 수 없을 테니까...... 오늘 전해 받은 그 느낌 그대로 포스트에 담았어야 했는데 이렇게 게으름만 피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햐~ 정말 조관우가 이렇게나 노래를 잘하는 가수였다니... !'와 함께 '오늘에야 새삼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니... !!'라는 감탄사를 끌어 안고 우리에게 또 한번 감동을 선물할 조관우의 다음 무대를 기대해 보는 오늘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