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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모기와는 다른 으슬으슬한 느낌에 눈이 떠진다.
아마도 어깨에 들어온 양의(凉意)에 절로 눈꺼풀이 뜨였는지도

추석 이후 한 방에서 자기 시작한 다섯 식구의 고른 숨소리가 평화롭다.
침대 들이기엔 아이들 방이 너무 비좁아 함께 자기로 했던 터다.

그러고 보니 이제 사나흘 후면 첫돌을 맞게 될 막내딸이 가장 넓게 자고 있다.
혹여라도 누군가의 발길에 채일까 싶어 단단히 채비해 둔 것이겠지.




서둘러 외출로 맞춰져 있는 보일러를 가동시키고 우유 한 잔을 따라 마신다.
베란다로 통하는 문을 여니 '휭~' 찬바람이 짓쳐든다.

멈칫하는 자신을 향해 뭐라 표현치 못할 웃음이 걸려진다.
마흔을 훨씬 넘긴 남자에게도 여전히 남겨져 있는 이름짓지 못할 감정의 찌꺼기일까?

문득 어제 시청했던 '나는 가수다'가 떠오른다.

소름 돋은 것 보이냐고 아내가 팔까지 내밀어 보였던 건 자우림의 공연이었고,
심하게 느끼던 갈증이 시원하게 해갈되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건 김경호의 공연이었다.


출처-포털 다음의 나는 가수다출처-포털 다음의 나는 가수다


사람의 목소리가 감동이 되고, 악기가 되며, 음악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목소리로 표현하고 그려내는 세상이 가수에 따라 그토록 제각각이란 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느낌이라는 것, 살아있는 생명체라야 가질 수 있고 실체를 인정하는 바로 그것이 존재했던 시간이었다.

이제 또 다시 스스로 깨어날 시간이다.
여명이 푸릇한 하늘과 구름이 가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대비되어 보이는 지금처럼,
늘 꿈을 좇아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은 술래가 되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생각이다.

목 놓아 "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쳐댈 수야 있겠지만
인생의 술래잡기에 '다시 시작'이란 기회는 없어 보인다.
그저 도시가스를 태우며 열심히 돌고 있는 보일러 소리가
다음달 요금 걱정으로 토해낸 한숨처럼 서민스럽게 '윙윙~'거릴 뿐.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