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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노현 교육감의 첫 공판 모습 - 조선일보



10월 17일,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쟁점이 되는 사안은 박명기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 사퇴의 대가성' 금품을 주고 받기로 '사전합의'가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뉴스를 보니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첫 공판에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레이저빔까지 동원한 프리젠테이션 진행을 했다는군요. 그리고 "사전약속이 있었느냐와 관계없이 사퇴 후에 대가로 이익이 제공되면 죄가 성립한다."는 법 해석을 내놓았던가 봅니다.

여기에서 법 해석의 근거로 재판부가 제시한 것들은 국내에서 출간된 "공직선거법 관련 교과서 3권의 해석"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법 조항이 있는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례"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일제시대의 일본 법원 판결문"까지 제시했다더군요.


재판장이 든 6가지 사례 모두, 이번 재판에서 문제가 된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는 '선거 전에 (후보자 사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것을 약속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선거 직전 후보단일화 협상 과정을 곽노현 교육감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곽 교육감이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재판부가 밝힌 겁니다. - SBS뉴스, 최종편집 : 2011-10-18 15:12


여기에서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는 '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였던이었던 자에게 금전이나 물품 등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한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날 김형두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은 '사전 약속과 관계없이 후보자 사퇴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기만 하면 범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일본 대법원 판례에서도 '후보자 사퇴를 한 것이 이익의 제공과 관계가 없더라도 건넨 금품의 대가성만 입증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라는 논리를 보여줬다는군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곽노현 교육감에게 쏟아부었던 언론매체의 보도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무상급식 주민투표 직후 터져나왔던 그 사악한 인간 곽노현 교육감의 실체는 어디에 있다는 것일까요? 결국 지금까지 검찰에서는 곽노현 교육감의 '긴급 부조'로서의 선의를 완전히 반박할 증거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며, "정황상으로 보면 '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어쨌든 검찰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이 사건을 매듭지어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서의 공소시효라는 것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해석될 소지는 충분합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패배한 측에서 지루한 소송전으로 승리한 진영의 발목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 공소시효를 6개월로 정하고 있습니다. 최초로 돈이 건너간 지난 2월은 선거 종료 6개월 이후입니다. 변호인 측은 만에 하나 대가성 있는 돈이라 해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돈이 건너간 시점부터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돈이 건네진 4월에 6개월을 더해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법조문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전자에 따르면 후보 매수가 실제로 일어나도 선거 종료 6개월 이후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모순을 낳고, 후자에 따르면 공소시효가 무한정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6개월로 줄인 법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모순을 낳습니다. 어느 쪽을 따를지는 재판부의 몫입니다. - SBS뉴스, 최종편집 : 2011-10-18 15:12


이 같은 논점을 차치해 두더라도 곽노현 교육감이 주장하고 있는 후보 사퇴 목적으로 이익을 제공한다는 사전합의와 사전의사가 있어야 후보자 사후매수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당선 이후에야 합의 사실을 알고 선의로 돈을 지급했으므로 공소사실은 무죄여야 한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곽노현 교육감의 이번 사건 정황을 처음부터 다시 떠올려 보면, 왠지 서둘러 수습하는 듯한 느낌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와 무척이나 대비되는 것 같습니다. 정권의 눈밖에 난 이들에게 들이밀던 법의 잣대를 정권의 실세들에게도 똑같이 기대한다는 것 만큼 허망한 일이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절감하게 됩니다.

2011년의 민주주의하에서도 여전히 일제시대의 일본 법원 판결문을 근거자료로 내놓는 이 웃지도 못할 상황이 몹시도 씁쓸할 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