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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가 내게는 여린 눈을 씻고 가슴을 열어놓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진한 살냄새가 코에 닿아 오면 내 눈은 이미 촛점을 잃고 머리속은 톱니바퀴 돌아가는 기계가 아닌 폭풍 전의 고요를 닮는다.

내가 어린 인간이기에 완전함을 행하지 못하듯이 세상은 하늘을 보며 나를 견준다. 하늘은 푸른 천에 하얀 언어를 뿌려 놓는다. 다시 공간을 먹고 먼지를 내뱉는다. 자신을 학대하며 질책한다.

"인형이 홀로 존재함은 불가능한 것인가?"

답을 내리지 못함이 진실이다. 진실이라고 여기며 순응해야 한다는 내 말을 잘못 이해하고 반박을 제시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에게 묻고 싶다. "너는 네 정신을 지배하고 행동하는가?"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미숙한 답을 찾으려 헤매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네가 답을 내리려 헤매는 것이 바로 가식의 미로에서 벗어나지 못함이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감정이 있고 느낌이 있다. 소외시된 각자의 개인적 언어는 그가 지니는 인간사전에도 없는 그저 빈 공간을 차지하는 필요 없는 존재이다. 내게도 감정은 있다. 내게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아주 조금은 내게도 진실이 있다. 더 많은 진실이 요구되는 시간이, 그러한 공간이, 그러한 네가 빨리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도망하는 자는 충실치 못한 인간이다. 자신에게서도, 남에게서도.

진실을 가진 인간이 있다. 지혜를 가진 인간이 있다. 지성을 가진 인간이 있다. 그들의 차이점은 엄청나다. 지식은 앎의 내용이다. 사물을 아는 마음이 작용이다. 지혜는 또 다른 슬기이다. 지성은 앎의 이성적 판단, 사고의 능력이다. 지적작용에 관한 성능인 것이다. 나약함을 도피하는 인간들에게 침을 뱉고 싶다.

인간들에게 하고 싶은 놀이가 있다. 진실을 해부하며 찌꺼기를 없애는 수수함으로의 과정에 이르는 작은 놀음이다. "Sweet flowers are slow and weeds make haste." 세익스피어의 말이다. 훌륭한 것일수록 늦게, 인내하며, 노력해야만 한다는.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자세, 진실해질 줄 아는 자세, 무엇에도 자신을 천하게 보지 않는 자세, 누구에게도 내보일 수 있는 멋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인간이 중요한 만큼 얼마나 노력했나? 통탄하며 울부짖어도 소용 없는 일이지만 뉘우침의 마음은 가져야 한다.

진실이 말라서 사막이 되고, 열기가 없는 이미 늑탈당한 봄의 바람이 되어, 이 황량한 마음의 겨울 바닥에서의 그 손떨며 울고 있는 진실표정과 거짓 표현의 뉘앙스. 그것의 어려움은 어쩔 수 없이 "rope way"에 끌려가 다른 지역을 맴돈다. 무슨 슬픔이 짙은 애환을 그리며 만지장서 (滿紙長書)에서 숨쉬고 있다. 읽음이 끝 없는, 다함이 아득한 영원한 시간들. 차라리 크게 돛대 달고 만장이에 올라 낚시질이나 했으면......

아직 우리는 minority. 실수가 없는 것은 우리가 아니다. 도덕이 아무리 빨리 핍궤해 버린다고 하더라도 생각이 있는 자들이기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도리어 그것으로 해서 사랑이 가능하리라 본다. 그 사랑은 일난풍화(日暖風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눈물도 있다. 바다에서 강으로 부는 사연 처럼 웃지 못할 서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 의미가 부여되는 삶의 귀퉁이가 진실놀음을 펼친다. [1984. 07. 불탄 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