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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 홈페이지 캡쳐


촛불이 하나 둘씩 밝혀지기 시작하던 2008년의 어느 날, 불탄은 회사에 미리 휴가원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룻동안의 무단결근을 한 적이 있다. 다음 날 출근과 함께 전날 처리하지 못했던 업무를 챙기고 있는데, 팀원 한 명이 다가왔다. 회사의 제반 디자인 업무를 맡아 보던 마케팅팀 소속의 대리였다.

모닝 커피 한 잔 같이 하자며 자신이 먼저 옥상에 마련되어 있는 휴게장소로 향하는 팀원의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가 아침부터 무슨 얘기를 하려고......?'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그에 대한 궁굼증은 오래 가지 않았다. 미리 타 온 커피와 담배 연기를 번갈아 홀짝이고 뿜어내면서 쉴 새 없이 질문을 해댔기 때문이었다.


이미지 출처 - 트위터 2011.11.03.


TV로만 봐도 엄청난 것 같더라,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실제 얼마나 되느냐,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느냐, 자신도 참석하고 싶었는데 만삭인 와이프 때문에 눈치가 보이더라......

하하~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마케팅팀의 팀장으로 출근을 한 지 겨우 두세 달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거의 매일 함께 하는 점심식사 중에 나눴던 대화들을 통해 내가 가진 성향을 그런 쪽으로 판단하고 있었구나. 내 무단결근이 팀원들에게는 촛불집회로 연결될 정도로 평소의 나는 그토록 많은 생각을 많이 꺼내놓았던 모양이었구나.

어쨌든 열정적으로 촛불이 타올랐던 2008년의 여름이 2011년의 가을에 다시 부활하려는 것 같다. 그때의 촛불이 전국적으로 활활 타오를 수 있었던 것이 목소리 큰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의 각성 때문이 아니라 위태롭게 보이는 여학생의 가녀린 손에 들린 촛불 때문이었듯이 2011년의 촛불도 어쩌면 한창 공부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의 참여로 더 힘차게 타오르게 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이미지 출처 - 민중의 소리

이미지 출처 - 민중의 소리


어제 열렸던 여의도 촛불집회에서 볼 수 있었던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는 2008년의 그때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다만, 3년이 지난 지금의 어린 학생들은 그때보다 조금이나마 더 당당해 보인다는 것 정도가 다른 점이라고 할까? 민중의 소리라는 매체가 전하는 뉴스에는 그들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나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며 “무관심한 어른들이 우리 학생들이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깨닫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지난 밤 100분 토론의 주제는 한미 FTA였다. 아직까지 한미 FTA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 잘 모르고 있던 국민이라면, 그리고 사회적 참여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국민이라면 아마도 시청했으리라 믿는다. 왜 이토록 많은 시민과 국민들이 여의도를 향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는지 호기심 때문에라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미 FTA 협상 책임자가 얼마 전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손녀를 위해서라도 한미 FTA는 꼭 처리되어야 한다"고. 이 나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불탄은 이렇게 주장한다. "당신의 손녀 하나를 위해서는 한미 FTA가 처리되어야 하는 게 이익이겠지만, 대다수의 미래 동량들에게는 지금 처리하려는 한미 FTA가 절망일 뿐이라고"

집권여당과 재벌 및 대기업들에 의해 처리하려는 한미 FTA가 지난 참여정부에서부터 시작했던 것이라느니, 글로벌 스탠다드라느니, 이런 쓸 데 없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말자. 무역 및 금융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 그에 맞게 다시 검토를 해보면 될 일이다.

외통부의 말마따나 특별히 우리 나라의 국익이나 국민의 생활에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한다면 굳이 날치기 통과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겠냐는 말이다. 그리고 매번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른데 믿어만 달라고 하니 그 진정성이 온전히 전해질 리가 있겠느냔 말이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나섰다는 저 여학생들의 외침이 정녕 허허로이 사라지지 않기를 국민의 한사람으로 간절히 바래본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