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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드는 생각의 타래들. 일반 가정에서도 OS나 MS-Office를 정품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면 데스크탑이든, 노트북이든, 넷북이든 컴퓨터 가격은 지금보다 얼마나 더 오르게 될까? 조립업체들은 과연 메이저 메이커와 경쟁할 수 있을까? 영문 원서를 유난히 교재로 많이 채택하고 있는 대학교 앞에서 그래도 지금까지 어느 정도 입에 풀칠이나마 했던 복사매장 주인들은 어떻게 될까? 시험범위에 있는 부분만 카피해서 쓰던 학생들이나 복사매장 모두 벌금을 두들겨 맞다 보면 가뜩이나 돈 없는 학생들이나 영세 복사매장은 버티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음악 없는 카페, 월드컵 조별 예선을 시청할 수 없는 호프집, 광고 중간중간에 살짝 간이나마 보라는 듯 아주 조금씩만 보여주는 영화를 상영하는 채널, 드라마 전체가 광고상품으로 가득한 드라마를 시청해야 한다면, 우리의 생활은 또 얼마나 답답하고 삭막해져 갈까?



제주도를 비롯하여,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지구, 청라지구, 영종지구),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신항만지역, 명지지역, 지사지역, 두동지역, 웅동지역),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광양지구, 율촌지구, 신덕지구, 화양지구, 하동지구), 황해 경제자유구역(송악지구, 인주지구, 지곡지구, 포승지구, 향남지구),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구미디지털산업지구, 대구테크노폴리스지),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새만금 산업지구, 새만금 관광지구)에는 병원비가 비싼 영리병원도 생길 텐데, 만약 이곳 어딘가에서부터 영리병원이 생겨나기 시작해서 영세한 일반 병원들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면, 돈 없는 이곳 주민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타지역으로 가야 하나?

영리병원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걱정거리인 민영의료보험으로 흘러간다.

얼마 전,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이 통합되면 직장의료보험료가 3~4배 오르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두 의료보험의 통합을 반대했던 선봉장 김종대가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이 같은 인사에 대해 반대가 워낙 심했던 터라 김종대의 취임식은 말 그대로 기습적으로 숨어야 해야만 했다. 그런 김종대가 취임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바로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손해율이 높은 지역의보험 체계를 흔들 수 있을 것이며, 그래야 민영의료보험이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될 테니까 말이다. [ 관련 기사 ]


11월 17일 아침 공단 본부 앞. 김종대 이사장 출근길을 가득 채운 반대 피켓들 - 시사서울



허나, 여기에는 안타까운 사실 두 가지가 숨어 있다. 그 첫째는 김종대의 취임에 대해 의사들의 환영이 아주 대단하다는 거다. 왜? 김종대가 주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의사들의 무한수입 보장을 주장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의사 자신들의 밥그릇이 커질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둘째는 일부 직장의료보험 가입자들까지도 김종대의 셈법에 따라 그의 행패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잠재적 실직자(해고, 명예퇴직 등)이며, 또 누구나 잠재적 재직자(공공근로, 경비 및 수위 등)라는 사실만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면 절대로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을 텐데도... 무척이나 우울하고 씁쓸한 일이다.

그렇다면 영리병원과 민영의료보험이 만나 시너지효과를 얻게 된다면? 특히나 제주와 같이 병원이 다소 부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추론을 해 본다면?

허나 걱정하지 마시라. 이것은 단지 친절한 정부에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듯이 괴담일 뿐이니까. 그러니 그 똑똑했던 송영길 인천시장 같은 양반까지도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웠던 쓰레기공동처리 관련 카드를 움켜쥐면서 탄력을 받았는지 경인운하 건설이나 인천공항 매각에 따른 민영화, 거기에 영리병원 추진에 앞장서가며 "노짱FTA 실현"이라는 나팔을 불고 있지 않느냐.

맞다. 지금까지 모두 한미 FTA에 대한 얘기였다. 물론, 지금의 현실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이러한 내용들이 부분적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기는 하다. 다만, 한미 FTA 이후에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제재가 더욱 더 강력해질 뿐이겠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글로벌 스탠더드한 논리에 힘이 실리면서...

그러니 한미 FT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차분하게 검토해 보자는 이야기는 모두 괴담일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맥쿼리와 론스타에도 분노할 줄 모르고, 그렇게 어영부영 3개월만 버텨내면 또 모든 것을 잊어주는 국민의 센스를 기대하면서... 맞지? 그러니 이번에도 한 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봐라, 씨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