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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저희랑 놀아준다는 말, 잘 안지키시잖아요?"

친구같은 아빠를 원한다는 작은 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놀아주는 아빠, 함께 부대끼고, 뒹굴며, 넘칠 듯한 스킨십을 나누는 그런 아빠를 원한다는 뜻이었을 게다.

방학을 한 이후로는 아침이면 늘 할머니댁에 맡겨져 하루를 보내는 두 딸, 그러니 특별한 일이 거의 없는 생활이 불만이었을 텐데 아침부터 너무 몰아세웠나 보다. 그러니 아침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되었을 테지. 그러니 이렇게 아무도 꺼내지 않았을 '꼬시다, 꼬셔!'란 말이 종소리처럼 들려오는 것이겠지. 그 유치하고, 치사빤스 똥빤스 같은 말이...

그래, 맞다. 언제나 우리의 자녀들은 친구같은 부모를 원한다. 권위와 위엄은 아주 가끔, 꼭 필요할 때만 보여주면 되는 것인데 언제나 그것을 먼저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애초부터 그것들은 일부러 보여주려 한다고 보여지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러니 괜한 후회로 시작하는 아침이 되었다. '예쁜 딸 약속'을 왜 들먹거려 작은 딸로 하여금 목소리까지 떨리게 했느냔 말이다. 그 말을 꺼낸 작은 딸로서는 또 '말을 할까? 말까?'를 놓고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으랴.

연말이 되면서, 그리고 이렇게 새해가 시작하면서 매일 같이 '미안'한 일이 생긴다. 생각이 짧아진 탓일까? 스스로 많이 무신경해진 것일까? 이저도저 아니면 무엇 때문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게을러진 탓이다. 부산하게 움직이고, 부지런히 챙겼으면 그리 생각할 까닭도, 그리 말했을 이유도 없었던 거다. 그거 조금 편하려고 아이들을 잡으려 했던 게으른 아빠 탓인 거다.

아! 그렇구나. 아직까지 신년계획 조차 세워놓질 않고 있었구나. 이러니 아이들에게 잔소리만 해대는 아빠가 되고 말았구나. 옆구리와 배 쪽에 붙어있던 불만주머니가 어느새 볼탱이로까지 올라와 있고, 한눈에 보기에도 졸음이 가득한 눈꼬리는 양쪽 어깨를 향해 쳐져가고 있었구나.

걸음을 옮기려면 신발 끈을 매고, 묶어야 한다. 한해를 시작하는 지금이라면 뭔가를 다시 새롭게 묶고 매듭을 지어야 한다. 느슨했던 마음, 나태했던 생활, 허술했던 몸차림, 그 모든 것을 꼼꼼히 점검하고 다잡아야 하는 거다.

어느 순간부터 부모는 아이들로부터 배우게 된다. 배운다는 것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시작은 항상 설렘을 먼저 보내지만 고통도 뒤따르게 하기 마련, 부서질 각오로 출발점에 올라가자. 스스로 만든 기준으로 스타트를 하고, 스스로 세운 깃발에 닿도록 하자. "Ready... Steady... Go!!"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