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빛마저 해류에 휩싸여 스러지고 나면
거룻배처럼 흔들리는 신세한탄만 파랑 위에 뿌려진다.
한 때 마음이야 어찌되었건
몇 해를 물질로 깎여나간 피부마냥 터지고 갈라져라.
들이쳐 억압하는 세찬 물보라
잠시의 호흡으로 호강이나 할라치면
눈을 찌르는 머리칼에 독기를 숨겨 달려드니
어허라 어줍고 딱한 타령 한 사발 젯술로 삼아
먼 곳으로 떠날 채비에 넋으로 사르려나.
가는 걸음 대근해 하지 말라시며
칠흑 바다에 길 만들어 주셨구나.
내 가라고 일부러 열어주신 그 걸음으로 등대 찾아 가련다.
허허로운 눈물일랑 손등으로 날리며 등대를 찾아 가련다.
쌓은 업에 처분만 기다리는 내가 바로 중음신이거늘
오라며 밝히시는 저 등대까지 어이 이르지 못할거나.
주시는 빛 하나하나를 너울짓으로 밟으며 가련다.
- 050903. 불탄(李尙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