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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보내는 비가 내린다
가지 위에 힘겹게 남아있는 몇 개의 이파리 마저
눈물처럼 부딪치며 거리로 쓸려간다
못내 아쉬워서였는지 아침 내내 떨고만 있더니
체념의 몸짓으로 힘없이 내려 앉는다


보행자 신호에도 건너지 않는다
바람이 등을 미는 데도 멈춤을 풀지 않는다
땅을 차며 빗방울이 재촉하고 있는 데도
나는 그렇게 머리를 쓸어 내면서 비를 보고 있다


비는 기억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을 가지고 있나 보다
그리움을 담아내는 향낭을 가지고 있나 보다
보고픈 마음을 증폭시키는 영상을 가지고 있나 보다


아니다
비 때문이 아니다


비가 내릴 때마다 추억을 하였더니
어느새 내게 만큼은
비가 그리움이 되어버렸구나


그렇게...


- 081115.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