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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심상(心像) - 춤 추는 거짓 의식




춤 추는가
긴 여정의 끄트머리 작은 쉼터 자락에서
어쩌면 그토록 처연하게 숨을 놓는가
한 뼘이나 훌쩍 자라버린 마흔둥이 보고파서
눈물 담긴 소주잔 비우며 춤 추는가


동설(冬雪) 시야 얼굴로 맞고는
깨지는 무릎을 걸음으로 걸어가서
떼 조차 입지 못한 허름한 묘 자리에
사발에 채운 소주로 근심을 마시는가


더 부어라 더 채워라
기왕지사 갖기 싫어 내던진 육신인데
어이해 아깝다고 몸을 꼬으랴


꼬질한 두 손가락 고기 한점 들어내어
슬프도록 입가에 기름을 묻히더니
삶에 대한 지겨움 만큼이나 거칠게 씹었더냐
참았던 목울대가 설움으로 억울터라


가자~ 훠이 다 던져 버리고
이 겨울 끝자락 돌산 넘어 동토(冬土)까지
쓰러져 한 곁에 풀뿌리 되더라도
오늘은 춤을 추며 어둠까지 찾아가자


문득 어스름 해질녘에 유성이 떨어진다


- 050923.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