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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좋은 날이면


























햇빛이 오늘처럼 유난히 좋은 날이면
문득 과거의 코흘리개가 되어봅니다.


햇빛이 좋은 날이면
어머니는 갖가지 옷들이며 이불을 하얗게 빨아서
앞마당 빨래줄에 가지런히 널어 놓았죠.


따뜻한 햇볕과 파아란 바람이 간지럽히면
뽀득뽀득 빨래는 말라갔지요.


햇빛과 바람과 온누리의 자연까지 어우를 수 있도록
햇빛 좋은 날이면 뒤 켠의 장독 뚜껑도 열어 놓아요.


깨벗은 아이들은 개울가에서
작대기 든 아이들은 언덕 위에서
해지는 어스름녘까지 놀곤 했어요.
그때마다 햇빛은 함께 있었죠.


불과 몇 해 밖에 지나지 않은
그 아름답던 햇빛과, 그 아름답던 추억을
바쁘다는 핑계로 지금까지 잊고 살았습니다.


오늘처럼 햇빛 좋은 날이면
문득 스치는 첫사랑의 떨림처럼
간절한 그리움으로 다가 옵니다.


늦은 나이에 이제서야 저도 어른이 되나 봅니다.


- 060724.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