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사랑이 외로운 것은 운명을 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미를 담아서 내가 모든 것을 거기에 거니까 외로운 것이라고 했다. - 그렇다고 해서 지금 사랑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거는 이 순간의 사랑에 대해 그 결과를 예측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보고싶다고 했다. 지금 같이 있고 싶다고 했다. -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을 자기도 느끼고 싶다고 쓰인, 그 짧지만 부끄러워 발갛게 물들어 있는 그 글을 얼마나 어렵게 남겼을까.

갈등도 많이 했겠지. 그 자그마한 가슴을 안정시키려고 심호흡도 몇 번이나 했겠지. 자기만의 미니홈피에 보고싶다는, 지금의 사랑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생각해보면 사랑에 대한 뿌듯함과 따쓰함을 느낄 수 있도록 안쓰럽게 흔들리는 소망의 흔적을 남긴 것이리라.

내가 그 글을 본 시간은 여름의 열기를 조금은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은 어스름의 순간이었다. 소주 한잔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우리이기에 마른침을 힘겹게 꿀꺽 넘기며 사무실 유선전화기를 이용하여 너무나 친숙한 10 개의 숫자를 눌렀지만 일년 열두 달 감기한번 걸리지 않을 것 같은 감정없는 기계음만 들려온다.




"통화를 할 수 없어 OOO으로 연결된다. 연결된 이후에는 요금이 부과되니까 원하면 호출을 하던지 음성을 남기던지 네 맘대로 해라. 단 네가 돈도 없고 배짱도 없는 놈이라면 차라리 죽어버리던가 지금 수화기를 내려놓던가 하라"

이런 경우, 나뿐만 아니라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마도 "짜증, 황당, 초조, 불안, 배신, 답답함, 포기" 중의 하나이리라. 많은 사람들은 '칫! ... 받지도 않을 휴대폰은 뭐 한다고 가지고 다녀? 열 받게스리...'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 담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늘이 바로 우리가 처음으로 만났던 기념일이었기에 부드러운 떨림이 있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서로의 호흡을 느낄 수 있길 원했던 것이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몇 해나 지났을까? 생각해보면 오래지 않은 너와의 첫만남에서의 뜨거운 키스가 지금 이시간 몸서리쳐지게 그리워진다. 그 그리움의 느낌과 크기를 잠시 접으며 지금 내가 명제지어야 할 감정의 파도쓸림효과를 정확히 알려주고 싶다.




나는 마음껏 입술을 더듬을 수 있기를 바랬다. 나는 마음껏 내 젊었을 때의 열정을 끄집어 낼 수 있기를 바랬다. 그리고 또 나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그 모든 것에 대한 진정한 소유권자이기를 바랬다.

오늘은 왠지 마음이 풍성해진다. 이것이 바로 삶이 아닐까 싶다. 아쉬움으로 남겨지는 것... 바로 그러한 느낌이 사랑일 테니까.

묻지 말라고 했다.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애쓰며 아픈 사랑을 해야 하느냐고...
 
지금 나는 답을 한다. 내 이름을 가진 영혼이 지금 존재하고, 내가 가진 그 사랑의 진실에 부족함이 없다면, 그 자체만으로 삶의 의미가 있을 것이니... 그리고 나를 지금 살아갈 수 있도록 가치를 부여하고 있을 터이니.

소주를 한 병만 마셨어야 했다. 두 시간 후의 출근에 대한 부담도 느끼지 못하고 이 밤을 녹여 감정을 채색하고 있다.


- 060727.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