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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短想)









 


그쳤을까, 창 열어 안아보는 풍경은
하루를 미처 그려내지 못한 도화지에서
차마 한마디를 이르지 못해 애만 태우다
이렇게 종일 빗줄기로만 채색을 해요.


빗방울 톡톡 나뭇잎마다
지난 입김처럼 사위어 가는 추억,
끝내 잊지 못할 그 모습마다
이토록 마음으로만 채워야 하는 그리움,
수줍게 내민 손길마저 젖들게 해요.


그 시간도 소중한 하루
끝자락 장맛비에 잠시 숙이면
언제 들이친 들꽃의 재잘거림이
떠나간 사랑을 처연케 해요.


잊지 못할 그 모습 상처같은 상념이
이내 한없이 눈물에 젖게 하려고
빗소리만 공허한 창가에다 자리를 내고는
식은 찻잔을 외면케 해요.


허공에 흩뿌려져 계절을 삼키더니
슬프게 지어내는 가식적인 우수
오두마니 서 있기에도 힘겨운 모습은
가을 닮은 낙엽으로 깊어 가네요.


- 060801.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