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껍질 속의 사랑 7 - 어머니 김치와 용돈 5만 원
불탄의 開接禮/땅콩껍질 속의 사랑 : 2012. 2. 2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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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와 함께 모처럼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같은 서울 하늘아래, 그것도 채 한시간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계시는 데도 한 달에 두 번 찾아뵙기가 빠듯하다.
오늘은 큰 맘 먹고(사실은 김치가 떨어졌다. 잉!~~~) 아버지와 어머니께 아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청주에서 형님 내외분과 조카 둘도 새벽에 도착해 있다고 하니까 오랜만에 우리 식구 모두가 모이는 날이 되는 셈이다.
부모님 댁 현관을 여는 순간 조카 둘이 우리 꼬마와 내게 매달려 이쁜 짓을 하느라 난리다. 사실 우리 꼬마와 난 애기들을 무진장 좋아한다. 그치만 1시간 이상 애들하고 놀아주질 못한다.
왜? 조금만 잘해주면 이 놈들이 머리꼭대기까지 오르려고 한다. 아니 실제로 머리 위에 올라가서 "이랴! 이랴!" 말타기를 한다.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슬그머니 담배를 피운다는 핑계를 대며 그 자리를 모면해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 눈치는 가히 형사 콜롬보를 능가하신 듯하다. 불쑥 꼬마에게 함께 배추 사러 가자신다. 순간 우리 꼬마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한 빛이 스쳐 지나간다.
"네~~"
서둘러 가방에서 지갑을 빼 들고 어머니 뒤를 부리나케 좇아간다. 허나 배추 값 계산까지도 어머니께서 하실 거라는 걸 난 알 수 있다. 우리 어머니, 자식한테는 절대로 돈을 못쓰게 하시는 분이시니깐...
하루종일 배터지게 먹어댔다. 밥 먹고, 조금 지나서 삼겹살 구워 먹고, 생굴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오랜만에 맛있는 직원쿠폰으로 산 아이스크림(사촌 동생이 31가지 맛 아이스크림 경리팀에 입사했단다) 질리도록 먹고, 누룽지 끓여 먹고, 오렌지와 사과 깎아 먹고...
우리 형 아반떼 팔구 카니발로 바꿨단다. 좋기는 좋더구먼(에고! 부러워라)...
청주로 떠나는 거 배웅하고 우리 꼬마와 나도 시흥으로 갈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데 우리 어머니 말씀...
"둘째야! 아버지 용돈이 떨어지신 것 같더구나..."
"허걱? 네에~"
꼬마에게도 말 안하고 꼬불쳐 논 5만 원을 쥐도 새도 모르게 아버지께 드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전철역으로 꼬마를 끌고 갔다.
"꼬마야! 김치 엄청 맛있겠다. 그치?"
"응! 난 어머님이 해주신 김치가 젤루 맛있더라"
우리 꼬마 절대로 눈치 못챘나 보다. 다행이다.
집에 도착해 씻고 잘 준비를 하다가 문득 화장대 위에 놓여진 꼬마의 낙서장에 눈이 갔다. 슬쩍 무슨 내용인가 읽어 보니...
'예기치 않는 지출 50,000원... 울 오빠 내일 용돈 뭘로 주지?' - 이크! 이건 대형사고다. 우리 꼬마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했던 거다. 이내 뭉클 뜨거워지는 감동.
'꼬마야! 고맙다. 다음에 장인어른께 용돈 팍팍 드릴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