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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그리워하며 58











내 가지려 했던 사랑은 때 이른 과일을 닮아
향기만 베어 물었음에도 배앓이를 겪어야 했다


딱 한 번뿐이었지만 감당하기 힘든 열꽃이 올라
헛소리 내뱉는 꿈을 밤새껏 그려야 했다.
혼란스런 채색은 엄두도 못내 그렇게 미뤄야만 했다


어차피 소유라는 의미는 그 자체로도 갖지 못할 형상
산이 있어 산을 넘고 물이 있어 물을 건너
한껏 두려운 어둠의 장막까지 거두어 낸 뒤


문득 만나게 된 장난같은 만남
그런 만남이라도 있어 열정을 태웠으니
그것이 아마도 내게는 사랑이었을 게다


비가 내려 씻겨진다면 내 눈물 쉼없이 비 만들고
눈이 내려 덮여진다면 내 상념 그침없이 눈 만들고
안개 내려 지워진다면 이름 부를 입김 쉬지않고 안개 만들어
다시는 한 곳에 머물지 않을 바람으로 떠나련만


박꽃 같은 하얀 웃음 달빛에 벗어놓고
겨울 나목(裸木) 같은 허울 썰물에 밀어내고
에이도록 보고픈 그리움 종이배에 고이 담아
실개천 너머 그가 있을 영원(永遠)으로 띄울 밖에


- 060805.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