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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낮은 하늘



지금이란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얼굴
실연에 울먹이는 어린 숙녀의 가슴 마냥
안정이란 놈 갖지 못한 채 명암만 교차된다


조금은 때 이르게 
봄날을 건너가고
빛깔 푸른 밑둥에 신록이 서성이면
가지 펼친 나무엔 하늘이 걸려 있다


투명한 호수엔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이 바람 그치고 나면 잔 구름이 비 뿌릴 텐데
키 낮은 하늘엔 올곧이 아지랑이만
 

손가락 걸면서 했던 몇 번의 약속
철없는 조카 눈망울을 왜 그렇게 닮았던지


지금 이 계절은 또 그리 지나가겠지

그렇게 이 봄날은 덮어가겠지
그녀의
낮은 하늘 그 언저리까지


- 060805.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