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 고삐 잰걸음 늦춰야 할 때다
동녘 먼 여명 사이로
조가비 열린 숨결
칼빛으로 내린 서리 어느새 녹아
파란 내음 가득한 바다에 풀려
그렇게도 마음 간절히
찌뿌둥한 갈매기 울음을 삼켜
그러니 이젠
서두르던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다
이젠
포말에 묻어 나온 흔적까지도
조용히 모래무덤에 안장을 할 때다
어느새 거리에는 그리움 가득
옛이야기나 되는 것처럼 바람에 쓸리고
차라리 비라도 내려 씻겨지기를
초야(初夜)의 신부처럼 부끄러이 옷을 벗는
그렇게 사르락 소리를 낸다
그렇게 이젠 내가 가진 사랑에
벚꽃같이 화사한 웃음을 뿌려야 할 때다
- 060805. 불탄(李尙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