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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비처럼 녹아 내리고 있다.
현기증 마냥 내려앉은 갈증이 차가운 빗줄기 덕에 시원스레 해갈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또 한 번의 삶을, 내게 부여될 미지의 날을 기다릴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허나, 차라리 내일이라고 큰소리를 칠 수 있는 확신이 없다는 건 늘 아쉬운 일이다.
선(禪)을 닦으며 행(行)을 읊조리는, 스스로를 귀하게 여길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내게도 온다면 온세상을 향해 찬란한 웃음을 터뜨리련만.

해질녘, 한강 둔치에서 흐르는 물에 던진 시선을 퍼덕였던 것은
마치 그물에 갇히기라도 한 듯 차마 눈을 뗄 수 없었던 탓이리라.
아니,  어쩌면 몇 시간째 현실에서 추방당해야만 하는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자꾸만 가라앉는 마음을 추스르기에도 벅찬 그 노을 빛 설움
기약 없는 현실로부터 멋지게 비상(飛上)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지금이란 시간이 소중하련만,
가질 수 없는 것에 집착하는 것만큼이나 미처 내려놓지 못해 안달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바보일 뿐인갑다.

살아있는 자라면 누구나 내뱉게 되는 깊디깊은 호흡이건만, 들이고 내는 숨조차 힘들다 싶은 게 요즘이다.
그래도 차마 내가 가진 눈동자에 빈 서랍만큼이나 공허로운 포기의 색채를 물들일 수는 없는 노릇,
남아있는 미련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곧추세울 수밖에 없다.
조금씩
함몰되어가는 동혈이라 할지라도 저 멀리 한줄기 빛이 보인다면 포기가 품고있는 달콤한 유혹을 떨쳐내야 할 테니까.

웃음이라 했다. 으레 있어야 할 눈물과 울혈처럼 내려앉은 절망감을 감출 수 있는 것이.
그리고 그렇게 슬프도록 아름다운 웃음을 치아까지 내보이며 뿌릴 수 있는 것을 바로 용기라 했다.

움켜질 수밖에 없는 빈 주먹 사이로 가느다랗게 새어나오는 하늘,
그곳에서 불어오는 높은 바람은 언제나 스스로를 감동짓게 하겠지.
그리고 스스로에게 걸었던 암시가 현실이 되는 기쁨을 한껏 누리게도 될 테지.
그렇게
하나씩 더해가는 순간마다 절망으로부터 한걸음씩 멀어지게 되는 거겠지.


- 060805.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