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아빠는 말이다 06
불탄의 開接禮/아빠는 말이다 : 2012. 3. 1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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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된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인 오늘, 가까운 곳에서의 그 흔한 물놀이조차 제대로 한 번 못시켜준 탓에 예린이와 예진이에게는 너무나도 미안한 아빠란다. 가뜩이나 요즘 TV나 책을 통해 바다 이미지를 볼 때마다 그곳에 데려다 달라던 너희였기에 더더욱 마음이 편지 않구나.
그러고 보니 정말 재미없게 보낸 휴가기간이었더구나. 휴가가 시작된 지난 금요일 저녁에는 갈비를 먹었고, 토요일에는 하루종일 욕조에 물 받아 놀았던 게 전부였지. 저녁 늦게는 이모할머니가 오셔서 너희는 피자와 과자를, 아빠와 엄마는 술 한 잔 했던 것이 전부였고.
그리고 일요일 이후부터는 뭘 하고 보냈을까? 아! 그렇지. 아침에는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하겠다는 엄마만 집에 남겨둔 채 족발 하나 사들고 할머니댁에 갔었지. 너희는 이모할머니께서 사주신 비눗방울 놀이기구를 가지고 놀았었고.
그리고 월요일 아침에는 예린이가 아빠한테 왜 회사에 안가냐고 물었었지? 아빠는 예린이 예진이랑 더 놀고 싶어서 회사는 나중에 갈 거라고 했는데, 그런 아빠의 말에 넌 "그래도 회사는 가야 돼요."라며 양말까지 챙겨 내왔었지. 아주 조금 서운했다고 하면 아빠가 밴댕이 소갈딱지가 되는 거겠지? 하하!... 아빠가 여름휴가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나서야 넌 동생 예진이와 함께 "야호! 신난다."라며 아빠 목에 매달렸었지.
그런데 왠일인지 아침이 지나면서부터 예진이 몸이 좋지 않아 보였어. 당연히 욕조에서 하는 물놀이도 금지 시킬 수밖에 없었고. 물장난이라도 치고 싶던 예린이 마음을 아빠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혼자만 놀게 되면 예진이가 슬퍼할 것이기에 아빠로서는 이래저래 수단을 부려가며 달랠 수밖에 없었단다. 옥수수와 계란을 삶고, 부지런히 이런저런 먹거리를 마련해 먹이는 것도 물론이었고.
저녁 무렵에는 엄마도 더위 탓에 저녁차리기가 귀찮아졌는지 감자탕을 사달라고 했지. 아빠가 생각하기에도 이런 날에 가스불 앞에서 밥하기 싫겠다 싶어 예린이랑 예진이한테 의견을 물었었지. 힘 없어 보이던 예진이도 기운이 돌아왔는지 좋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나갈 준비를 하는데 마침 너희 외삼촌도 근처에 와 있다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구나. 잘 됐다 싶어 중간 지점에서 만나 함께 감자탕집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지. 식사와 함께 아빠랑 엄마는 너희 외삼촌과 술 한 잔도 나누었고, 너희는 여러 놀이감이 있는 실내놀이방을 수시로 오가며 밥과 고기, 나중에는 아이스크림까지 먹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
그리고 오늘...
어제 아침에도 예진이는 열까지 올랐었지. 욕조에 받아 하는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곤 했었는데, 그나마도 못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짜증났을까 싶다. 오늘 낮에도 더위 탓인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잠만 자려 하는 널 두고 아빠는 언니만 데리고 할머니댁에 다녀온 거 너도 알지? 할머니께서 백숙 먹으러 오라고 하셨는데, 너무 깊게 잠든 널 깨울 수가 없었거든. 하지만 할머니께서 엄마와 네 몫으로 챙겨주신 백숙과 닭죽을 엄마와 함께 솔찮이 먹었으니 큰 불만은 없었을 거야.
예린아 예진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올해는 이렇게 어디 계곡이나 바다, 심지어 야외수영장 조차 데리고 가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하구나. 그치만 말이다. 너희들이 더운 날씨에 혹여라도 탈이라도 날까 봐 걱정되어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다음 주말에는 할아버지 칠순이시니 청주 큰집에 갈 거니까 그걸로 이해해 주렴. 청주에 가면 상당산성이라도 함께 가던가, 아니면 큰집 언니, 오빠와 함께 실내수영장이라도 가자꾸나.
아빠는 말이다. 올해처럼 무더운 이 여름에 그래도 나름대로 잘 견뎌주는 너희가 너무나도 대견하단다. 항상 그렇지만 고맙고 사랑한다. 얘들아! 아빠는 정말로 정말로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 060815. 아빠가
어제 아침에도 예진이는 열까지 올랐었지. 욕조에 받아 하는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곤 했었는데, 그나마도 못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짜증났을까 싶다. 오늘 낮에도 더위 탓인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잠만 자려 하는 널 두고 아빠는 언니만 데리고 할머니댁에 다녀온 거 너도 알지? 할머니께서 백숙 먹으러 오라고 하셨는데, 너무 깊게 잠든 널 깨울 수가 없었거든. 하지만 할머니께서 엄마와 네 몫으로 챙겨주신 백숙과 닭죽을 엄마와 함께 솔찮이 먹었으니 큰 불만은 없었을 거야.
예린아 예진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올해는 이렇게 어디 계곡이나 바다, 심지어 야외수영장 조차 데리고 가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하구나. 그치만 말이다. 너희들이 더운 날씨에 혹여라도 탈이라도 날까 봐 걱정되어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다음 주말에는 할아버지 칠순이시니 청주 큰집에 갈 거니까 그걸로 이해해 주렴. 청주에 가면 상당산성이라도 함께 가던가, 아니면 큰집 언니, 오빠와 함께 실내수영장이라도 가자꾸나.
아빠는 말이다. 올해처럼 무더운 이 여름에 그래도 나름대로 잘 견뎌주는 너희가 너무나도 대견하단다. 항상 그렇지만 고맙고 사랑한다. 얘들아! 아빠는 정말로 정말로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 060815.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