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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그리워하며 61






잠시 열을 식힌 9월 하늘이
마침내 후두둑 비를 뿌린다
뜨거웠을 건물의 옥상
도로를 주춤거리는 자동차
아마도 이 땅 위에서 움직이거나 멈춰있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가을을 주사하는 걸 테지


비가 내리면
상념은 괴물마냥 살아 움직여
참으로 몸달았던 시계를 움직인다
지금껏 잘 참아왔건만
커피 닮은 중독성을 이기지 못해
또 다시 이렇게 아파하는 걸 테지


사계(四季)의 바람이 모두 같진 않겠지만
확실히 추풍(秋風)은 눈물을 닮아 있다
그리워하는 지금이라는 시간도
사랑하는 이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여전한 연인으로 맞춰질 수밖에


죽도록 그리워했던
멀어지는 기억에 더욱 안타까워 했던
저리 내리는 빗줄기는 사랑이어라


- 060904.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