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은 예린이 예진이가 얼마나 가족 나들이를 하고 싶었던지 아침부터 연신 졸라댔었지? 그래, 그래서 아빠는 그런 너희와 함께 갈  만한 곳이 어디 없을까 싶어 고민 아닌 고민을 해야만 했어.

'집에서 가까운 양천구청 근처의 키즈카페를 갈까? 아니면 체험학습 할 수 있는 시설을 이용해 볼까? 박물관이나 도서관을 이용하기에는 너무 어린 게 아닐까?' 
결국 아빠가 정한 장소는 어린이대공원이었지.

간단한 음료를 챙겨 전철을 타고 아차산역까지 갔어. 어린이대공원 후문을 통해 조금씩 진입해 가는 동안 너희 둘은 터져나오는 탄성을 감추지 않았지. 특히 예린이에게는 시야에 들어오는 각종 놀이기구 때문에 별천지에라도 들어온 양 흥분까지 했었고.

그런데 이런... 아빠가 서둘러 나오느라 사진기 준비를 하지 못했구나. 그렇게 좋은 날씨에 사진을 찍었으면 정말 잘 나왔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 너희에게는 기록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막상
놀이기구를 태워줄 요량으로 매표소에 가서 보니 정작 네 식구가 함께 탈 만한 기구는 별로 없더구나.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첫 번째로 고른 것이 바로 "회전목마" 였는데, 예린이는 혼자서 말에 올랐고, 예진이는 엄마와 함께 타기로 했지.

서서히 회전목마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예린이 얼굴에도 변화가 생겼지. 아마도 조금은 놀란 모양이더구나. 허나, 금새 적응이 되었던지 아빠와 눈이 마주치기만 하면 "꺄르르~~" 소리 내어 웃는 것이 여간 즐거워 보이는 게 아니었다.

 

 



놀이기구라는 것은 항상 재밌을 만하면 끝나는 얄미운 놈이라지? 아니나 다를까, 예린이랑 예진이는 눈에 보이는 것마다 무조건 태워달라는 생떼를 쓰기 시작했지. 할 수 없이 기차 모양의 기구를 하나 더 태워주고는 놀이동산 중간에 있는 시설터로 이동을 했지. 그곳에 있는 놀이시설은 너희가 모두 탈 수 있는 것들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애써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500원 짜리 동전 두 개나 세 개가 들어가는 자동차, 비행기, 물위로 가는 보트와 같은 것들을 너희가 원하는 만큼 태워주고 나서야 또 다른 볼거리와 놀거리로 시선을 돌리더구나.

김밥과 도너츠, 그리고 아이스크림으로 요기를 하고, 그림책에서나 보아왔던 맹수와 초식동물들을 보는 동안 점점 뜨겁던 태양도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지.

뜬금없이 엄마가 연애시절 때 자주 먹었던 초장에 찍어 먹는 골벵이(소라?) 타령을 하기에 먼저 너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실로 향했지. 그렇게 잠실역 포장마차촌에 들러 간단하게 술 한잔을 곁들이면서 아빠랑 엄마 역시 막바지 즐거운 시간을 유감없이 만끽할 수 있었고.

얼마나 힘들었던지 너희는 집에 도착해 목욕을 하자마자 그냥 잠에 나가 떨어지더구나. 그런 너희를 보는 아빠 역시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름 뿌듯한 느낌이 싫지는 않았단다.

예린아, 예진아! 고맙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빠랑 엄마도 너희 때문에 무척이나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단다. 재미있게 함께 놀아줘서 고맙고, 아빠랑 엄마 말 잘 따라줘서 고맙고, 다리 아팠을 텐데 아빠랑 엄마를 위해 힘든 거 참아줘서 고맙구나.

잠든 너희들 머리칼을 넘기며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너희 얼굴에 가끔 웃음이 걸리더구나. 아마도 낮에 놀았던 즐거웠던 장면이 꿈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거겠지.

아빠는 말이다. 그런 너희 얼굴을 보는 이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단다. 오늘 같은 시간이 앞으로도 더욱 예쁘고 아름답게 다가올 수 있도록 언제나 노력할께. 아빠는 너희를 정말로 사랑한단다.


- 060912. 아빠가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