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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























1


두려워해야 했습니다
가슴엔 도망치는 결백이 있었지만
너무나 아스라한 단 내음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당신이
너른 사랑이라 이름할 땐
그냥 탄식으로 그쳐야 했습니다
걷고 있던 입술에서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엔 무력한 쓰러짐이 앞섰습니다
고개만 저었습니다
그냥 마음만 그만 두기를 바랬습니다
허나 입술은 그 흐름을 따랐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2


비가 내렸습니다
두 몸을 우산 하나가 가리웠습니다
빗물을 받아들인 한 몸이 짧게 경련을 일으켰습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어깨로 향하는 빗줄기에 대항하려인지
나도 모르게 힘주어 안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모자랐습니다
그렇게 맞게 된 당신의 입김을
두고 두고 음미해야 했습니다


3


탑을 향해 걸었습니다
순결의 색으로 치장된 계절으로
한 없는 그리움의 탑으로 갔습니다
가슴 속에 짙게 잔재하는 어린 사랑의 편린이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4


숨쉬는 법을 배웠습니다
살고 싶었습니다
그치만 어려운 문제에 굴복 당한 모습으로
가쁘게 내쉬어야 했습니다
어려웠습니다
행인 하나가 숨을 버렸습니다
진정 나락의 침낭으로 빠져 들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어느 날에는 이별의 독약을 마시면서
사랑을 토해 죽음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치만 지금은 그대로가 좋았습니다


5


실수를 했습니다
바보들의 몸짓을 흉내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유가 놓인 테이블 위엔 진한 아픔으로 보이는 암갈색 어둠이빈곳을 응시하는 눈빛처럼이나 무겁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참을 수 없습니다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하여, 내 강한 이름할 수 없는 감정만이
붉은 조명을 태우고 있습니다


- 1987년 봄. 070924 수정.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