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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광고회사

대부분의 우리나라 광고회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일한다.


사수와 조수가 함께 일한다

일종의 느슨한 도제제도다. 경력이 있는 선배가 중요한 일을 하고, 후배는 그 밑에서 눈치껏 배운다. 매뉴얼이나 핸드북 같은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므로 후배에게는 눈치와 빠른 이해력이 관건이다. 옛날에는 있었지만, 요즘은 제작의 각종 기본적 노하우가 구전형식으로 전수된다. 능력이 뛰어난 선배에게 제대로 배울 경우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진귀한 필살기를 전수받을 수 있다.


CD가 여러 팀원을 데리고 혼자 일하듯이 일한다

이 경우 아트디렉터·카피라이터·디자이너·프로듀서 등 모든 직능의 스태프가 한 팀에 모여 있지만, 그들의 아이디어는 결코 채택되지 않는다. 오로지 CD의 아이디어만 아이디어다. 팀원은 그 또는 그녀를 위해 충실한 조수 역할을 한다. 생각이 올곧아서 좋지만, 인력의 낭비다. 유능한 인재들을 뽑아서 별 역할도 없는데, 굳이 그룹으로 모아 놓을 이유가 없다. 반대의 경우로, CD는 별로 일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획팀이 크리에이티브 일을 한다

규모가 작은 광고회사나 우월의식이 넘치는 기획팀장에게 발견되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크리에이티브 팀에게 믿음이 가지 않으므로 자신이 직접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낸다. 한 번 시작하면 재미가 있어 계속 하게 된다. 컨셉트나 방향을 정하는 일은 위험하므로 되도록 하지 않는다. 대신 직접 카피를 쓰거나, 힘없는 주니어 디자이너를 잡아 자기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그러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크리에이티브 팀에게 책임을 넘기면 된다.


크리에이티브 팀을 Pool제로 운용한다

자신의 크리에이티브 팀은 자신이 뽑아 놓고도, 아무래도 실력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어 중요한 일을 맡기기를 꺼린다. 옆 팀의 카피라이터나 아트디렉터가 더 잘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그래서 모든 크리에이티브를 한 방에 몰아 놓고 프로젝트에 따라 골라서 기용한다. 바쁜 사람만 계속 바쁘게 되어 있다. 안전하고 인기 있는 스태프만 찾으므로 몇 명 빼고는 놀게 된다.


한 프로젝트를 회사 내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팀에게 동시에 시켜본다

어디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지 모르므로 동시에 모든 팀에게 아이디어를 구하는 방법이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자주 그렇게 한다. 한 팀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확률 상 안전한 선택이다. 실제로는 반대다. 동원된 모든 크리에이티브 팀들은 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어 상부의 기대와는 달리 전력투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주가 CD역할을 한다

크리에이티브 일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광고주가 전략방향의 결정이나 커뮤니케이션 컨셉트의 확정보다는 광고 아이디어 내는 것을 즐기는 경우다. 자신은 고등학교 때 문예반 출신이고, 대학시절 광고 동아리에서 활약하며 공모전에도 많이 출품해 봐서 크리에이티브 일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내는 아이디어는 주로 모델 선정이나 촬영장소 제안 같은 실행 아이디어다. 촬영장에서도 편집실에서도 맹활약을 한다. 자신의 일에 철저하며, 크리에이티브 일을 너무도 사랑한다.




▶ 해외 광고회사

대부분의 외국 광고회사의 업무방식은 다음과 같다.


CD가 크리에이티브에 전적으로 책임진다

표면적으로는 우리도 그렇다. 그러나 외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말 그대로 디렉팅의 책임을 진다. CD의 나이와 경력에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티브만 잘 하면 되는 것이다. 보수와 대우도 우리와 비교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크리에이티브 전 분야에 걸쳐 절대적인 결정권한을 가진다. 함께 일하는 기획 파트너와 광고주도 크리에이티브에 관련된 일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100% 이상의 크리에이티브 자유를 누린다. 그 대신 일이 잘못되면 CD가 전적인 책임을 진다. 영광과 추락이 한 세트다.


크리에이티브 시작하기 전에 플래너가 큰 활약을 한다

플래너는 클라이언트 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직업이다. 각종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전략을 결정하고 크리에이티브 브리프를 쓴다. 아이디어 내기 전에 광고주에게 먼저 브리프를 제시해 합의를 받는다.

그런 다음에 CD와 크리에이티브 팀에게 브리프를 한다. 때로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컨셉트를 제시하기도 하므로 CD와 수차례 조율한 후 아이디어 개발에 들어간다. 오길비의 경우 옥스포드 대학 졸업생 중 상위 1% 안에서 플래너를 선발해 그런 중책을 맡긴다.


CD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기획 파트너와 광고주는 CD의 주장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믿어준다. 그리고 밀어준다. 물론 좋은 물건을 사려 하는 것은 본능이므로 싫은 아이디어를 거부할 자유는 있지만, 표현에 관한 한 CD의 결정을 밀어주는 분위기다. 단순한 외주업체가 아니라 파트너로서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양쪽에 모두 유리하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CD의 성공이 곧 기획팀장의 성공으로, 그것이 대행사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런 무조건적인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CD에게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적절한 위엄은 물론이고, 인문학적 소양과 마케팅 전반에 관한 지식, 타고난 세일즈맨십이 필요하다.


역할분담이 확실하다

광고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제일 잘 한다고 과신하며 제한구역 없이 일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외국의 스태프들은 업무의 경계선을 절대 넘지 않는다. 모두들 지독할 정도로 개인적이어서 각자 자신의 힘과 책임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그렇다고 협조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조사를 거친다

인생과 마케팅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장점이 있다. 한두 명의 직관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므로 예상 가능한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때로 책임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조사결과에 맞추어 광고를 공식에 따라 만들어야 하므로 좋아하지 않는 시스템이지만, 강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객관적인 조사는 늘 필요한 것이다. - HS AD Webzine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