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손가락으로 만든 V 포즈

 세 손가락으로 만든 V 포즈

어느 날씨 좋은 날 얘들아! 여기 좀 봐주지 않으련? 어쩌다 아빠가 폰카라도 내밀라치면 여지없이 아이의 세 손가락이 만든 V자가 눈가에 살포시 그려진다 바로 그 소박한 모습이 아직 어리기만 한 아이들에겐 세상에서 가장 예쁜 포즈일 테지 얼굴 작게 나오는 법이라도 터득했는지 제법 키 차이가 나는 언니임에도 훨씬 더 작게만 보이는 이 신기한 현상 깜짝 놀라는 것마저 조심스럽다 하기사, 많이 힘들게 태어나 먹는 양 또한 동생보다도 적다 보니 그럴 만도 하련만은 그런 모습을 봐야 하는 아빠 맘은 늘 안타깝고 속상할 수밖에 며칠 전 사줬던 두툼한 종이접기책을 가위로 오리고 풀로 붙이고 밖으로 접고 안으로 여미더니 집안에 가득 자동차랑 병원이 생겼더랬지 나비와 매미 형상의 모빌을 만들고는 무에 그리 좋은지 좋아라 박수까지 치는 모습에 아빠랑 엄마 입도 따라서 헤벌죽 어쩌면 깔깔대던 소리가 아파트 옥상까지 닿았을지도 이렇게 아이들 사진을 배경으로 걸어놨더니 이젠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거나 걸 때마다 휴대폰 속 아이들 웃음이 튀어나와서 피곤도 짜증도 걷어가는 거겠지 그렇게 매일 우리집은 가득한 행복으로 통화중이다   - 080503 작성. 120420 수정. 불탄(李尙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