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미지 - 노컷뉴스


향수(鄕愁).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가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대상이 무엇이냐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뿐이겠지요.

이렇게 서두를 꺼내려니 가요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로 시작하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 한 소절이 문득 떠올려집니다. 지금도 정지용 시인을 추모하는 많은 사람들은 충북 옥천에 조성되어 있는 '향수 30리 길'로의 여행을 즐긴다지요?

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기에 충분한 기사 하나가 보도되고 있더랍니다. 그것은 바로 
강원지역과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횡행하고 있는 '육영수 생가 방문 행사'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요, 단순히 관광의 목적으로만 따져 본다면 '정지용 시인의 향수 30리 길'이나 '육영수 생가 방문 행사'나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만 그 이면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전자는 '자발적  추모행위'이고 후자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동원 행렬'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겠더랍니다.

무엇보다 민주통합당 빅용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한 '육영수 생가 방문 행사' 내용을 보면 아주 위험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일환이라는 것이 명백해집니다.


이미지 - 뉴시스


"지난 총선 당시 충북·옥천·영동지역에서 육영아카데미, 희망포럼 등 이름을 건 단체들이 선심성 관광을 보내주다 적발돼 지역 주민들에게 무려 2억 원 가량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지금 민주통합당에 신고된 사례들을 보면 전국적으로 유사한 사례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삼척·구미지역과 그 외 지역에서도 단돈 만 원이면 박근혜 의원의 모친이신 故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방문할 수 있고 고급 한정식을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부산에서 옥천으로, 삼척에서 옥천으로 가는 비용만 해도 1만 원이 넘을 것이다. 그런데 식사와 간식 등 모든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 국회 기자회견에서의 박용진 대변인(2012. 06. 19)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불법선거운동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을 코앞에 둔 아주 민감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독재자 박정희와는 철저히 대비되는 가련한 국모 이미지의 육영수를 내세운다는 것은 어쩌면 육영수에 대한 향수와 동정을 박근혜 前위원장의 현재 모습에 덧씌우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이 행사의 주체가 '육영수 여사 생가 홍보회'나 '고 육영수 여사 생가' 등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의혹의 대상일 것입니다.

박용진 대변인의 주장을 조금 더 들어 보자면, 만일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 지지 단체가 고 노무현 대통령 생가 방문객을 단돈 1만원에 모집한다면, 김두관 지사의 치적을 보여줄 수 있는 남해군 방문단을 모집한다고 한다면, 손학규 지사의 치적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도 관내 공장견학 추진하는 관광단을 모집한다면 선관위와 대한민국 경찰이나 검찰, 새누리당은 과연 어떻게 했겠느냐는 지적까지 했다고 하니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미지 - 머니투데이


덧붙여 최근 진행되고 있는 문경시와 구미시 '박정희 사당'과 '기념관' 건립 추진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12월 대선 무렵에 개봉하기 위해 영화화 작업을 하고 있는 '육영수 일대기'는 도가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종북이 어쩌네, 사상검증이 어쩌네, 북핵과 3대 세습체제에 대한 견해가 어쩌네 하며 떠들고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는 북한의 주체사상과도 같은 지금의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박근혜 前위원장의 멘토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가 3공과 5공인사들로 이뤄져 있고, 살인마 전두환까지 요즘 들어 자주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걸 보면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두려운 일인지 절감하게 됩니다.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로의 회귀, 그를 위해 국모로서의 육영수 이미지까지 판촉활동에 동원하려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세력을 견제하기에는 정권의 로펌 검숭이집단이나 새누리당의 선거관여위원회로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깨어있는 시민의 단합된 힘'이 절실한 때라 할 수밖에 없는 요즘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