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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뉴스1



MB가 뿔났습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과정에서 보였던 외교통상부의 밀실협상 및 졸속추진이 영 탐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MB로서는 일부러 해외로 자리까지 피해주며 협정 체결을 바랬을 텐데, 서명까지 채 30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백기투항을 해버렸으니까요.

결국 MB가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 문제에 대해 심한 추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정을 국무회의에서 왜 즉석안건으로 처리했냐"며, "국회와 국민에게 잘 설명해 오해를 풀어주라"고 했다지요?

그런데 한 가지 묘한 것이 있습니다. MB의 추궁이 있는 자리에서 마땅히 누군가가 호명이 되어 그에 대한 변명이라도 들어야 함이 마땅한 것 같은데, 그가 누군지는 직접 호명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심지어 국무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던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은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도 하지 않았던 모양이고요.


이미지 - KBS뉴스 화면 캡쳐


그렇다면, 협상이 연기된 상황은 분명히 발생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도 묻지 않겠다는 셈일까요? 공과가 분명한 관료조직에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닐까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갖는 무게감을 놓고 보자면, 추진과정에 대해 MB가 완전히 몰랐었다고 하기에는 그 사안이 너무 큰 것이요, 알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국민의 반감과 야당의 공세가 클 것이기에 이런 정도의 액션을 취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야만 이번 협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김효석 대회전략기획관이 대통령 주재의 수석비서관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과도 아귀가 맞을 테니까요.

하지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겠다는 MB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에 대한 근거로 청와대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국회의 비준절차가 필요치 않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이러한 MB와 정부의 협정체결 강행의지는 빛을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이해관계와 서로 상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 경향신문


먼저, 오늘 있었던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은 "이번 한·일정보협정은 영토분쟁을 도모하는 국가와의 군사정보협정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었음을 밝히며, "국민정서와 민의의 정당인 국회와의 논의 절차를 거치면서 신중히 처리했어야 할 사안"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엄중히 국익을 따져서 이 일을 결정해야 할 것이고, 충분한 국회의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의 우려가 없도록 진행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임과 함께 "정부는 다시는 이러한 혼란이 없도록 만반의 조치를 해주시기 바란다."며 사실상 MB정부 임기내 처리 불가를 표명하고 나섰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 역시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정책 환경이 옛날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시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충분한 이해가 되도록 힘써주실 것"을 부탁함과 함께 지금 무엇보다도 급한 것은 지난 4년 동안 정부가 추진하던 사업들의 완결이지 결코 새로운 것을 자꾸 벌이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울러, 공직자의 해이해진 자세를 언급하며 "공직사회가 훨씬 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갖고 일을 야무지게 처리해주실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또한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가 박근혜 의원을 향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시기상으로 묘한 느낌을 갖게 하는 기사가 언론을 통해 보도 되었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이 보류되기 직전에 "국민에게 합의를 구하지도 않고 공개도 하지 않은 채 처리하려는 것은 문제"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고, 이에 대한 내용이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에 전달되었으며, 결국 협정 체결 보류를 요구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죠.

어쨌든 박근혜 의원의 대선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만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같은 사건이 없었더라면 오늘 즈음에는 대선출마의 변을 들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의원도 조급함을 가졌을 테고, 대선출마에 앞서 여기저기 들끓고 있는 시끄러운 사안들을 정리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이라 쓰고 박근혜 의원이라 읽습니다)에서는 임기말 MB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천공항 민영화, KTX  민영화, 14조 원 규모의 무기수입 등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사업들에 대해서는 이번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거나, 다음 정부에게 맡겨야 한다고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겠지요. 물론, 이러한 내용의 발언을 오늘 있었던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이 언급했던 것도 사살이고요.


이미지 - 파이낸셜뉴스


평소 강조해 온 소신과 원칙, 그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있는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식에 참여해 소회를 밝히는 박근혜 의원의 머릿속에는 이미 대통령이 되어 있는 자신의 이미지가 그려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얼마 전에는 서거캠프의 수장으로 다시 김종인 前비대위원을 영입했을 테고요.

허나, 김종인 前비대위원이 구상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와 그런 김종인 前비대위원이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나선 이한구 원내대표의 <친재벌정책을 통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는 서로 충돌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서로 다른 지향점을 향하고 있으니 그와 같은 상호견제가 일견 당연해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면 과연 박근혜 의원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절대로 상호 화합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두 개의 세력 중에 어느 쪽으로 힘을 실어주게 될까요? 뭐, 야권의 입장에서는 그 어느 쪽이 되더라도 대선승부에서는 결코 나빠보이지도 않고, 나쁘게 볼 이유조차 없겠지만 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