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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아시아투데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선처를 호소하던 MB의 사촌처남, 그의 내심 한켠에는 그래도 현직 대통령의 처남이라고 하는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입니다. 임기말 정부의 레임덕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손 치더라도 자신에게 겨눠진 서슬 퍼런 사법의 칼날 만큼은 어느 정도 비껴갈 수 있으리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해 보석을 신청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엔 적당한 구실을 붙여 박연차, 천신일, 최시중이 있는 삼성서울병원 VIP병동으로 가면 그만이란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무려 MB의 사촌처남씩이나 되는 김재홍 前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1심에서 받은 실형에 불복해 항소한 결심공판에서 제딴에는 예의와 품위를 최대한 지키며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히 말했는데, 재판부 성기문 부장판사는 외려 "물의가 아니라 범죄!!"라는 말을 하며 꾸짖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게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신청한 보석에도 "교도소에서 속죄하라"는 말로 일갈했다지요?

실로 어안이 벙벙해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이미 現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모습만 보아 온 탓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너무나 생소하고, 생경하며, 거기에 충격적이기까지 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은 '통쾌'와 '유쾌'가 더해진 너무나도 속시원한 상황이라 이해할 수 있겠네요.

김재홍 前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을 대가로 수억 원의 금품을 받아 1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3억9000만 원의 실형을 선고 받았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뭔일이 있었는지 이번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1심에서 줄창 부인했었던 혐의사실까지 모두 인정하면서 건강상의 이유로 신청한 보석을 받아들여 달라고 했던 모양인데요, 그 건강상의 이유는 바로 편두통과 고혈압 등의 만성병이었다고 하더랍니다.


이미지 - 뉴스1


"저축은행 사건으로 국민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나이와 건강을 이유로 선처를 바라는 게 떳떳하다고 생각하느냐"
"물의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고혈압·천식 등은 만성질환으로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수감생활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고 불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니 교도소에서 속죄하라"

어쨌든 오늘의 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성기문 부장판사가 김재홍씨에게 날린 위의 여러 멘트들은 어록이 되어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상황을 임기말 정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레임덕의 가시화된 현상으로서가 아니라 권력의 힘이 정점에 있는 임기 초, 중반에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더 멋지고 좋아보였을까 하는 씁쓸함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사법개혁이고 보면, 지금의 19대 국회와 오는 12월에 나올 18대 대통령 당선자가 함께 힘을 모아 반드시 이뤄주기를 소망해 봅니다. 더 이상 <유전(권)무죄>의 논리가 언급되지 않는 건강한 사회와 정치문화를 아울러 함께 기대해 보겠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