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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어제(7월 21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만 연출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경선관리위원회에서 내놓은 대선후보 경선 룰이 비박주자들에게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로 비쳐지는 모양입니다. 가만히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비박주자들의 격앙된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새누리당 경선위에서는 합동연설회를 원래 계획했던 것의 절반 수준인 6차례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던 바 있습니다. 허나, 비박주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를 10차례로 절충하여 결정하게 되었고, 오는 26일부터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창원, 제주, 천안, 서울, 김천, 춘천, 인천, 안양에서 진행토록 계획되어 있었고요.

헌데, 경선 시작 하루만에 다시 파행 위기를 자초하게 된 것은 경선위에서 내놓은 합동연설회 규정 때문입니다. 연설 시간과 주제를 제한한 것이 사실상 이번 경선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로 가는 구색맞추기에 불과해 보이니까요. 대체 어떻게 바뀐 걸까요?


이미지 - 데일리안


경선위가 비박주자 4인방에게 보낸 합동연설회 형식은 각 후보에게는 15분의 연설 시간이 주어지게 되는데요, 1부는 주제가 정해진 찬조 연설과 동영상 연설로 각각 5분을, 2부는 후보별로 정견을 발표하는 자유연설로 10분을 쓸 수 있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1부에 들어 있는
찬조 연설의 주제가 '대통령 후보가 또 다른 대통령 후보에게'(26일 광주), '대통령이 되려면 이런 조건이 필요해요'(30일 경남 창원), '친구인 대통령 후보를 위한 찬조 연설'(8월 2일 충남 천안), '자유 찬조 연설'(8월 9일 경북 김천), '자유 찬조 연설'(8월 16일 인천)로서, 경선 자체를 후보자에 대한 칭찬일색 분위기로 만듦과 함께, 누구의 인기가 가장 많은지 경쟁하자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거죠.

동영상 연설 주제 역시 '대통령이 된 후, 가장 먼저 시행할 정책'(27일 부산), '내 인생의 책'(8월 1일 제주), '나의 국정철학'(8월 6일 서울), '생활 공약'(8월 10일, 강원 춘천), '2008년 2월 퇴임하는 내가, 2012 경선 후보(나)에게 보내는 편지'(8월 18일, 경기 안양)로서, 대선후보들로서는 자기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거나 인기관리를 위해 모든 시간을 할애해야 할 판이니 결국 인지도 낮은 후보자가 쓸 수 있는 전략 중 하나인 '타후보에 대한 검증'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일 것입니다.

어찌 보면, 26일 광주에서 있을 찬조 연설이라는 것은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 달의 칭찬왕'이나 연말이면 방송국마다 실시하는 각종 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로 선정된 인물들의 즉석 인터뷰를 연상케 합니다. 동영상 연설 또한 기업이나 지자체, 정부기관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UCC 공모전'을 떠올리게 하고요. 실제로 한 비박 후보 관계자도 "결국 칭찬만 하라는 것인데, 특정 후보의 자질 검증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나섰다니 그저 씁쓸할 뿐입니다.

이에 대한 비박주자들의 주장을 간략히 짚어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합동연설회의 주제를 정하지 마라", "찬조 연설 및 동영상 연설의 채택 여부는 후보자 자율에 맡겨라", "찬조 연설에는 현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제외하라" 그리고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합동연설회 1부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요.

그도 그럴 것이
동영상 연설만 놓고 보더라도 어떤 방향으로 동영상을 제작할지 결정하는 즉, 동영상을 기획하는 데만 며칠은 족히 걸릴 터이고, 또 촬영과 편집에도 결코 만만찮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게다가 오는 27일부터 적용시키려면 급속으로 제작해야 할 터이니 제대로 만드려면 비용도 엄청나게 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미지 - 아이뉴스


만일 임태희 前대통령실장이 오마이뉴스에 제기한 의혹처럼 어느 특정 후보(라 쓰고 박근혜 의원의 국민행복캠프라 읽습니다)의 경우 이미 이 같은 주제에 맞는 동영상 제작에 들어갔거나 완성되어 있다고 하면 그야말로 <초특급 꼼수>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2007년 이명박 후보 캠프로부터 호된 검증의식을 경험했던 바 있는 박근혜 의원으로서는 정수장학회의 장물의혹, 아버지 박정희에 관련된 5.16쿠데타와 유신정권, 박지만 부부와 박근령 부부로 이어지는 친인척 비리 의혹, 최태민 목사와의 사생활 의혹 등이 더 이상 크게 확산되는 것을 막고 싶었을 겝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일정 부분 털고 가는 것이 보다 나아보이기도 합니다만, 박근혜 의원이 선택한 전략은 경선에서는 피하고 '본선에서 집중'하겠다는 뜻일 테지요.

이로써 비박주자들은 박근혜 의원에 대한 검증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박근혜 의원이나 경선위가 비박주자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그게 여의치 않아 보이니 말입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을 끝까지 완주해 2위싸움에서의 승자가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동영상 제작에 집중해야 할 판이니까요.

MB마저 감탄해 마지않을 이 엄청난 꼼수가 앞으로 그냥 진행되어 나갈지, 아니면 또다른 어떤 변수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될지 지금으로선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