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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연합뉴스



공천헌금 폭풍이 메머드급으로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과 박근혜 의원이 보이고 있는 반응이 생각보다 태평스러워 보이니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기껏해야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그에 따른 적절한 응대를 하겠다고, 비리 의혹 당사자인 현기환 前의원과 현영희 現비례대표 의원에 대해서는 탈탕과 출당의 수순을 밟겠다고 하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공천헌금 비리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의혹만 있을 뿐이고, 그에 대한 사실 규명은 검찰의 수사결과에 달려 있으니, 앞으로 검찰의 수사진행 과정을 보면서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일까요? 아!, 어쩌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았던 2004년의 차떼기 사건, 2008년 전당대회 동봉투 사건, 2011년 10.26 서울시장 부정선거 등을 겪으면서 키워 온 면역력이 지금에 이르러 유감 없이 발휘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유야무야 하며 쉽게 넘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사실, 이번의 공천헌금 의혹은 이전 사안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신뢰와 쇄신'을 자신만의 키워드로 주장해 온 박근혜 의원이 그 책임의 정점에 있고, 공천헌금 의혹에 연루된 당사자들 또한 친박계의 최측근들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면피할 수 있는 방안이나 방법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게다가 4개월 정도 남겨 둔 이번 18대 대선은 박근혜 의원에게는 마지막 정치행보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꿈이었던 대통령으로서 의 삶을 살게 되든지, 아니면 정치계를 떠난 일반인의 신분으로 살게 되든지, 4개월 뒤에는 어느 하나의 삶을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공천헌금으로 촉발된 최대 위기상황에 처해 있고요.


이미지 - 노컷뉴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박근혜 의원은 너무나도 태평스레 보입니다. 대통령의 딸로서, 공주로서,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삶을 살아 왔으니 지금껏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에게만 너무 관대한 사고방식을 이번에도 펼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니 비례의원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끔 '4.11 공천 시스템'을 미리 갖춰 놓고, 추고, 거기에 자신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아바타를 삼은 것이 바로 박근혜 의원 본인입니다만,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듯이 또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이 묵묵히 대선행보를 보이고 있으니 대체 이를 어찌 봐야 하는 걸까요?

이런 상황에 대해 새누리당 지도부와 국민행복캠프 진영, 친박계 의원들도 무척이나 답답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당연히 검찰에서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며, "주장이 다르고 어긋나니까 검찰에서 확실하게 의혹 없이 밝혀야"한다는 입장과는 달리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검찰수사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또한, 새누리당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한 방송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박근혜 후보께서도 어쨌든 비대위를 책임지고 이끌었고, 공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많은 힘을 쓰셨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어쨌든 어떠한 견해 표명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본적으로 당을 대표하는 지도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으니, 간접적으로나마 박근혜 의원이 제대로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뜻일 겝니다.


이미지 - 일요서울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통해 정치적 입지를 키우려는 친박계 의원 일부는 여전히 오만한 행동을 보이며 국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요, 새누리당 친박계 김재원 의원의 "돈 받은 사람이 따로 있는데 비대위원장을 맡았다고 책임을 지게 하려는 것은 옳지 않고요. 어떻게 보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죠"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논리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인물은 친·인척은 물론 최측근 실세들마저 모조리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MB가 될 판입니다.

그러니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의 "당시 박 전 위원장이 이런 공천장사를 알았다면 더 큰 문제이고 몰랐다고 해도 문제"라는 말과 함께 "공천장사"라는 표현을 듣게 되는 것이겠죠. 아울러, "밑에서 이렇게 해먹는데 몰랐다면 대통령이 됐을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하겠느냐", "집권하기 전에 공천장사를 하면, 집권 후에는 공기업을 팔아먹는 일도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비난을 받아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고위원의 "쇄신공천 개혁공천을 외치면서 매관매직을 일삼았다는 것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는 말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새누리당의 차떼기 정당 DNA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말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비박주자 4인방의 주장도 야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야권에서는 박근혜 의원의 후보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비박주자 4인방은 이미 리더십의 부재를 이유로 제대로 날개가 꺾여 있는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것이 조금은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새누리당 공천헌금에 대한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다면야 지지율 반등으로 장밋빛 내일을 꿈꿀 수 있겠습니다만, 박찬종 변호사가 "새누리당의 경우는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일인 지배 아래서 공천 심사위원장도 결정이 됐다"면서 "줄 선 사람들이 밀실에서 한 일이니 이왕에 똑같은 조건이면 돈이 통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어 보면, 사실로 밝혀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주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을 테고요.

만일, 새누리당의 공천헌금의 규모가 여지껏 알려진 것보다 더 커지거나 이와 같은 공천헌금 비리가 공천과정 전반에 걸쳐 두루 발생했다고 해도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말마따나 "돈 받은 사람이 따로 있는데 비대위원장을 맡았다고 책임을 지게 하려는 것은 옳지 않은" 걸까요? 그리고 박근혜 의원 역시 여전히 피해자 코스프레 따위로 감춰질 수 있는 걸까요? 정말이지 답 없어 보이는 친박계의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이제는 제발 그만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