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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미디어오늘



어제(8월 23일) 열렸던 '반값등록금 토론회'에서 전국대학총학생회에 소속되어 있는 한 학생이 "반값등록금 실현이 새누리당 당론이냐"고 물었고, 박근혜 후보는 "우리 당 당론이라 할 수 있다. 꼭 실현하겠다"는 말로 답을 했더랍니다. 아울러, 믿어달라는 호소 역시 잊지 않았다지요?

하지만 '당론이라 할 수 있다'는 박근혜 후보의 말에서부터 왠지 믿음이 가지 않더랍니다. 오히려 살짝 빈정이 상했다고 해야 할까요? 당론이면 당론인 게고, 아니면 아닌 게지, "당론이라 할 수 있다"라는 말은 대체 뭔가 싶더랍니다. '확정적이지 않다'라는 느낌이라거나, 또는 '뒤에 어떤 조건이 붙게 될 것 같은 묘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영 개운치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피해의식이라 할까요? 아니면 학습효과라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지난 2007년에 이미 경험했던 MB 반값등록금 공약의 데쟈뷰 현상일지도 모르겠고요.


이미지 - 조선일보


박근혜 후보가 주장하는 
대학등록금 정책은 정확히 말하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과 시민단체, 학생들이 요구하고 있는, 그리고 단어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반값등록금'의 의미와는 사뭇 다릅니다. 등록금에 대한 체감적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 주겠다는 뜻입니다. 즉, 원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립대를 통해 보여준 무조건 반값등록금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분위와 학교성적을 연계한 국가장학금의 확대와 함께, 학자금 대출이자를 낮추거나 향후에는 금리제로화까지 실현함으로써 등록금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하겠다는 것이지요.

뭐, 어쨌든 좋습니다. 기대치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겠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지금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을 것이라 위안을 삼으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초라한 등록금 정책을 '반값등록금'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고, 또 그걸 자랑스레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홍보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소통법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박근혜 후보에게 '반값등록금'에 대한 입장을 물었던 이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새누리당을 대표해 TV에 출연한 인사들이나 새누리당 지도부, 캠프 관계자들은 그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답으로 위기모면에만 급급해 하는 모습을 보여왔고요. 대선을 4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지금에 와서는 20대 청년표를 얻기 위해 갑자기 반값등록금을 '당론'으로 발표하고 나섰습니다. 급해도 너무 급햇던 모양입니다.


이미지 - 민중의소리


박근혜 후보가 과연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던 학생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출정식의 한켠에서 자신의 지지자들과 크고 작은 충돌을 벌이던 그 학생들이 그저 원망스럽지는 않았을까요? 학생들이 대화를 요구할 때는 그리도 냉랭하더니만, 정작 본인이 말하고 싶을 때는 먼저 자리까지 만들고 보란듯이 언론에 띄우는 박근혜 의원의 소통법을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그것도 <반값등록금 실현, 전국 39개 대학교 총학생회장들과 펼치는 화끈한 토론회>라는 현수막까지 걸었던 토론회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축사만 하고 본격적인 토론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을 박근혜식 소통법이라 한다면 누가 그에 대한 진정성을 믿어주게 될까요?

그에 대한 답은 오는 9월에 있을
정기국회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반값등록금이 됐건, 절반부담 등록금이 됐건 간에 어떤 형태로든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의지만 있다면 국회에서의 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테니까요. 어차피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역시 반값등록금 조기실현은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법안 마련에도 무척이나 적극적이니 말입니다. 두리뭉실하게 원론적인 입장만 제시한 지금 상태의 박근혜 후보가 어느 정도까지 구체화 시키는지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Posted by 불탄